항만터미널운영과 배상책임보험

2024-09-24     황순영 버클리인슈런스아시아 이사

1. 들어가며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이고 남북이 분단되어 있어 지정학적으로 도서국가나 다름없다. 따라서 해운산업은 대체불가능한 교역로로서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항만산업은 해운과 국내의 물류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상교통과 육상교통의 접속지이자 관문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4대 항만의 주요 연혁과 기능을 살펴보자.

(1) 부산항

1876년 2월 27일에 개항한 우리나라 최초의 항만이자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부산항은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과 가까운 입지로 내외무역과 해외 여객 수송의 관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동아시아의 허브항 역할을 하고 있다. 부산항을 오가는 정기 국제컨테이너 노선은 약 270여개로 파악된다. 우리나라 총 해상수출화물의 40%, 컨테이너 화물의 80%를 처리하고 있다.

(2) 인천항

인천항은 1883년 부산항, 원산항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번째로 개항한 항만이다. 개항 당시에는 제물포라는 한적한 어촌 포구에 불과했지만, 이후 세계 여러나라와 무역을 진행하며 정치, 외교, 군사, 경제활동의 중심지이자 우리나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항만 중 하나로 발전했다.

(3) 여수·광양항

여수·광양항은 순천시와 경남 남해, 하동을 모두 아우르는 항만으로, 북미와 유럽을 연결하는 아시아 간선항로상에 위치하고 있으며, 중국과 근접한 물류거점 항만으로서의 지리적 환경을 갖고 있다. 여수·광양항만은 광양제철소, 여수국가산업단지, 율촌지방산업단지 등의 산업벨트가 주변에 형성되어 있어 주요 화물을 처리하는 산업과 연계된 항만이다.

(4) 울산항

1963년 9월에 개항한 울산항은 국내 최대의 공업단지인 울산공업단지에 필요한 원자재와 제품 등을 수송하기 위해 건설된 항만이다. 울산의 공업단지에서 석유화학단지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울산항은 석유를 비롯한 액체물류 1위 항만으로 국내 최대의 산업지원항만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위의 주요 4개 항만을 포함하여 총 28개의 무역항이 있다.

2. 항만터미널의 운영

우리나라 주요 항만의 관리자는 항만공사이며, 복수의 터미널 운영업자 또는 항만하역사가 존재한다. 단, 항만공사에서 중요사항의 의사결정을 할 때 국가가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한국은 국가, 항만공사, 터미널 오퍼레이터 또는 항만하역사의 3중 구조로 되어 있다.

(1) 항만공사(Port Authority) 제도

항만공사는 항만시설의 개발 및 관리, 운영에 관한 업무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항만을 경쟁력 있는 해운물류 중심기지로 육성해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된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항만공사(Port Authority) 제도는 중앙정부에서 독립된 기관이 항만별로 독립채산제 방식과 상업적 원리를 도입해 항만관리와 개발업무를 수행하는 제도를 말한다. ‘Port Authority’라는 용어는 런던 항만공사가 최초로 사용한 것으로, 런던항에 난립하는 민간 항만기업 때문에 일어나는 항만관리에 대한 전권을 부여해 공익성을 보장하기 위한 기구로 출발했다.

우리나라에는 아래와 같은 5개의 항만공사가 있다.

부산항만공사(BPA)
인천항만공사(IPA)
울산항만공사(UPA)
여수광양항만공사
경기평택항만공사

우리나라 항만법 상 항만공사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항만시설의 신설, 개축, 유지·보수·준설 등에 관한 공사의 시행 및 항만의 관리·운영
*항만시설 공사 및 관리·운영과 관련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은 사업
*위의 사업에 관한 조사·연구, 기술개발 및 인력양성
*항만이용자의 편의를 위한 생활근린 및 복지사업 등의 건설 및 운영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은 사업
*외국항만의 조성 및 관리·운영 등

(2) 터미널 운영업자(Terminal Operator) 또는 항만하역사(Stevedore)

위에서 언급된 항만의 관리 및 운영 중 상업적 운영(선박의 입출항과 화물의 하역 기타 연결되는 물류행위)의 방식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항만공사가 직접 터미널/하역을 운영하여 항만하역의 운영 주체가 되는 방식(Operating Port, 대표적인 예가 싱가폴 항만이다)이 있고, 항만공사가 직접 터미널/하역을 운영하지 않고, 민간사업자에게 운영위탁을 하는 방식(Landlord Port)이 있다. 우리나라는 이 Landlord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Passive 방식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즉, 선사 또는 터미널 운영회사가 국가 또는 항만공사로부터 안벽과 인접하는 Container Yard(컨테이너야드, CY), 기타 하역장비를 일정기간 동안 임대하여 컨테이너 부두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컨테이너 터미널은 이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다만, 재래화물의 경우 특별한 하역 설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위의 Landlord 방식으로 분류할 수는 없고, 개별 하역사가 항만공사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일정 공간을 임차하여 자체적으로 하역설비를 투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 운영형태를 표현할 때에는 Terminal Operation으로 표현하지는 않고(다음의 그림 및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컨테이너 화물의 물류 특성으로 상당히 복잡하다), Stevedore Operation으로 표현한다. 물론 항만에서 화물을 단순히 선적하고 양하하는 과정만을 의미할 때에는 Stevedore Operation으로 표현한다.

컨테이너

3. 항만터미널/항만하역 운영의 배상책임보험 

우리나라에서는 앞서 언급한 터미널 운영업자와 항만하역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담보하는 배상책임을 보험가입 설계할 때에는 어떻게 할까? 2000년대 이전에는 모든 배상책임위험은 특종보험으로 담보한다는 인식 하에 특종보험으로 분류되는 영업배상책임보험증권(항만싸이로 특약)으로 대다수 가입 설계되어 왔다. 그러나 해당 약관의 취지와 맥락으로는 재래화물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배상책임보험으로서만 적절하다는 인식이 대두되었고, 3PL(제3자 물류) 및 종합물류기업의 등장, 컨테이너 물류의 진화 등 급변하는 환경 하에서는 해당 약관의 취지와 맥락이 현대 물류의 진화에는 적절하지 않다라는 판단하에 해외의 해상배상책임보험(Marine Liability) 시장에서 사용되던 약관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다음과 같다.

Cargo Handling Facility Policy Book (이하 “CHF 약관”)
Marine, Aviation and Transport, Multi-Modal Insurance Policy (이하 “MMIP 약관”)
Columbus Transport Insurance (이하 “Columbus 약관”)
Port & Terminal Lloyd’s Consortium Wording (이하 “Lloyd’s 약관”)

위에서 언급한 보험약관들이 담보하는 터미널 운영업자/항만하역사의 운영 위험은 다음과 같다. 간략히 정리하자면 터미널운영/항만하역과 직접 관련되는 물류행위인 것이며, 하역행위보다는 확장되는 개념이다. 위의 그림 1에서 볼 수 있는 물류행위를 상세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피보험 영업행위

1) Loading and unloading of cargo and/or containers to or from vessels or other forms of conveyances.
(선박 기타 운송용구에서 화물 및 컨테이너의 선적과 양하)

선석에서

2) Distribution, collection or release of cargo and/or containers to or from the insured location
(보험가입장소에서의 화물 및 컨테이너의 분배, 집하 및 인도)

인천항만의
컨테이너

3) Warehousing including packing and unpacking of cargo
(포장 및 해체 작업을 포함한 보관)

CFS(컨테이너

4) Repair and maintenance of containers and equipment
(컨테이너 및 장비의 수리 및 유지보수)

이외에도 중요한 물류행위는 아니나, 컨테이너 터미널은 컨테이너 화물의 하역 및 운송 과정에서 컨테이너 자체에 파손이 발견되는 경우에 대비하여 수리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된 약관들의 담보범위에는 사소한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인 맥락은 같다. 가장 대표적인 차이는 CHF약관, MMIP약관, Lloyd’s 약관은 기본적인 배상책임보험담보 대상으로 선박을 포함하는 반면, Columbus 약관은 이에 선박을 포함하지 않고 있어 하역 작업 중 선박에 대한 끼친 손해배상책임을 담보받고자 하는 경우에는 제3자 배상책임 확장담보에 가입해야 한다.

(2) 배상책임보험 약관의 구조

앞서 언급된 약관들 모두 항만물류 계약의 당사자인 화물(화주) 및 선박(선주 등의 선박운항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기본적인 담보사항으로 하고 있다(예외적으로 Columbus 약관은 선박에 대한 배상책임은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부문으로 담보). 이외에도 아래와 같은 범위에 대하여 확장담보(추가보험료를 전제로 한 피보험자의 추가 가입 - Extension)가 가능한 것으로 가입 설계가 가능하다.

약관별로 각 확장담보의 명칭은 다양하지만, 크게 아래의 두 가지 맥락으로 대별될 수 있다.

1) 오류 및 탈루, 기타 사무적인 착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화물 및 선박(Columbus 약관은 예외)에 물적 손해를 야기하여 인정되는 손해배상책임은 기본 담보사항에서 담보하지만, 사무 절차상의 오류로 선하증권 원본과 상환하지 않는 화물의 인도를 포함한 오인도, 로테르담으로 운송되어야 할 화물을 컨테이너화물을 컨테이너야드(CY)에서 잘못 분류하여 롱비치항으로 운송하게 한 경우의 손해배상책임을 담보한다.

2)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확장담보(Third Party Liability)

항만물류 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재물 또는 인명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담보한다(Columbus 약관은 예외). 가장 대표적인 예가 수하인이 항만터미널에 도착한 화물의 최종목적지까지의 도로운송을 위하여 물류업체에 컨테이너야드(CY)로부터 트레일러 운송을 위탁하였는데, 컨테이너야드에서의 하역 중 부주의로 물류업체의 트레일러를 파손시키거나 트레일러 기사에 부상을 입힌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4. 항만공사의 손해배상책임과 배상책임보험의 필요성

앞서 항만법상 규정된 항만공사의 역할에서 언급하였듯이 항만의 운영과 관련한 총체적인 책임은 항만공사가 부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항만공사는 별도로 배상책임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를 추정하건데, 개별 터미널 운영업자가 실제적으로 항만물류행위를 수행하고 있으므로 운영 중 사고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는 경우 개별 터미널 운영업자가 책임을 부담하면 되고, 배상책임보험증권에서 담보받으면 문제없다는 안일한 판단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항만공사와 터미널 운영업자 간에는 갠트리 크레인 등 특수한 하역장비 기타의 소유는 항만공사가 하고 이를 터미널 운영업자에게 임대하여 운용케 하는데(앞서 언급한 Passive 방식), 이는 민법상 임대차의 법리가 적용된다. 즉, 임대인인 항만공사는 하자없는 동산을 터미널 운영업자에게 임대하여 주어야 하는 법률상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특수한 하역장비에 하자가 있었다는 가정 하에, 아래의 사진을 살펴 본다.

하자있는

이는 실제 발생했던 사례이며, 우리나라 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2009가합 2102 – 2011.2.10 판결 선고). 편의상 갠트리 크레인 생산업체의 손해배상책임은 별론으로 한다.

Terminal Operator(터미널 운영업자) :

“크레인의 슬렉로프 센서의 심각한 하자에 대하여는 Gantry Crane Manufacturer 또는 Port Authority에 구조변경요청과 같은 적극적인 하자보수를 요청하는 등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크레인 운영에 대한 지침서 등을 마련하여 이를 크레인 운전자들에게 숙지시킴으로써 기계이상이 발생한 경우에 적절한 대처를 취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것.”

“크레인에 대한 관리 및 정비를 소홀히하여 사고를 방지하지 못했고, 사고 발생과정에서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

Port Authority (항만공사) :

“크레인을 Gantry Crane Manufacturer로부터 매수하여 Terminal Operator에게 전대하였는데, Terminal Operator에게 하자 없는 크레인을 전대하여 주어야 할 의무가 있고, Gantry Crane Manufacturer로부터 매수하는 과정이나 그 시험운행 등의 과정에서 크레인의 하자여부를 잘 살펴보고 적극적으로 수리를 요청하는 등의 주의의무를 기울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20%의 책임을 인정한다.”

결국, 우리 법원은 일부 사례에 국한되기는 하지만 항만공사의 대외적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전체적인 항만안전 및 경비, 항만정보시스템의 운영주체는 항만공사이므로 이에 대한 보험가입을 통한 대비방안의 수립이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사고사례가 발생한 10여년 이상이 경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논의가 없는 점은 아쉬운 일이다. [한국공제보험신문=황순영 버클리인슈런스아시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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