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도 보험을 드나요?
[2030 보험라이프]
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이루나] 아이와 함께 서울문화재단, 동대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우리의 멋, 단청’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목조 문화재에 칠해지는 단청의 의미와 기능을 알아보고, 동그란 서까래에 연꽃무늬 단청을 직접 칠해보는 체험활동이었다. 종이에 연꽃무늬를 직접 그리고 도안을 입혀, 색색의 전통안료를 칠해 나갔다. 붓질이 서투르고 어색했지만 2시간 남짓 체험 시간 동안 단청 색칠을 마무리했다. 결과물은 삐뚤빼뚤한 연꽃무늬 단청이지만, 딸과 함께 전통문화를 경험한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완성된 단청 조각을 들고 가다 보니, 불에 타버린 숭례문 사건이 떠오른다. 2008년에 방화범으로 인해 국보 1호였던 숭례문이 활활 타버렸다. 아름다웠던 숭례문 처마의 단청도 불길에 새카맣게 타버리고 무너져 내렸다. 결국 5년 넘는 복원기간과, 277억원이란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숭례문을 복구했다.
하지만 피해 보험금은 채 1억원이 되지 않았다. 화재 당시 숭례문은 서울시가 가입한 지방재정공제회의 화재보험만 있었다고 한다. 문화재로서 가치는 배제되고 단순 목조 건축물로서 피해만 산정하여 보상된 금액이라고 한다. 처마 서까래마다 곱게 단청을 칠하던 장인들의 손길과 수백 년간 서울 도성을 지키던 숭례문의 역사는 돈으로 환산되지 못하고 사라지고 말았다.
숭례문 화재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문화재는 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다. 대부분의 문화재들은 보험에 들지 못하고 있고, 박물관도 건물과 관련된 화재보험에만 가입되어 있다. 불의의 사고로 유물이 손상을 입으면 복원을 위해 국가 예산이 들고, 개인 소장품의 경우에는 부실한 수리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를 박물관 탓으로 돌리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한정된 예산 내에서 문화재 구입과 유지 보수 등을 해야 하는데, 아직 일어나지 않을 위험을 대비하는 문화재 보험은 항상 후순위로 밀리기 마련이다.
문화재 보험 활성화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가치에 대한 평가다. 수목 보험과 마찬가지로, 문화재에 대한 정확한 가치평가가 쉽지 않다. 가치를 평가하는 체계화된 기준도 없고, 공정한 평가를 담당하는 전문 기관도 많지 않다. 소중한 문화유산을 어떻게 돈으로 평가하냐는 일각의 시각도 있다. 하지만 보험을 들여다보면 인간 생명의 가치와 장애 수준을 세밀하게 등급을 나누고 보험금을 산정해 두었다. 그 가치가 완전한 정답은 아닐지라도, 피해에 대한 보상이 어느 정도 가능한 사회적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문화재도 이런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면, 적절한 가치평가도 이루어질 것이다.
게다가 전 세계를 걸쳐 기후변화가 심해지고, 재해의 빈도와 규모도 예상치 못하게 커지고 있다. 장기간의 폭염이 이어지거나, 느닷없이 지진과 쓰나미가 몰아닥치기도 한다. 때론 종교적 갈등이나, 전쟁으로 인해 소중한 문화유산이 파괴되기도 한다. 최근 벌어진 경복궁 담벼락의 페인트 낙서처럼, 한 개인의 조그만 일탈로도 문화재는 크게 손상될 수 있다. 문화재는 한번 손상되면 큰 비용과 오랜 시간을 들여서 수리해야 한다. 그리고 겨우 복원되더라도 후대의 손길이 닿은 티가 나기 마련이다.
문화재는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나의 자녀들이 문화재를 잘 이해하고, 이를 잘 지켜나갈 수 있도록, 소중히 관리하고 아껴야 하는 것이 어른들의 의무이다. 단순히 비용의 문제로 보험을 외면할 것이 아니라, 문화유산이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받고, 그에 걸맞은 대비와 적절한 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봐야 소용이 없다. 필자가 체험한 단청을 우리 후손들이 길이 즐길 수 있도록, 문화재 보험도 활성화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