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談] 전기차 화재, 얽히고설킨 보험사들

2024-08-09     이재홍 기자

[보험談]은 보험업계의 숨은 이야기를 다루는 코너입니다. 보험상품 개발 비하인드스토리부터 각종 카더라 통신까지 보험업계 여러 담론(談論)과 아주 사소한 이야기들, 때로는 보험사들이 민감한 험담(險談)까지도 가감없이 전달한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습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최근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사고가 이슈입니다. 며칠째 주차돼 있던 차에서 발화한 상황도 일반적이지 않았을뿐더러 재산피해도 워낙 컸기에, 보상에 관한 사안도 복잡하게 얽힐 수밖에 없었죠.

법적 배상책임은 사고를 일으켰거나, 그 주된 원인을 유발한 자에게 주어집니다. 여기선 최초 발화원인 벤츠 차량의 차주가 됩니다. 하지만 차주는 법정 의무에 따른 자동차보험에 가입해있고요. 따라서 이 사고의 피해배상 책임은 일차적으로 차주가 가입한 손해보험사에 넘어갑니다.

하지만 해당 차주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의 대물한도는 5억원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도까지 보장한다고 해도 전체 피해액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남은 피해액은 다시 차주에게 구상되겠죠. 이게 통상적인 프로세스입니다.

이때 첫 번째 쟁점은 과연 차주에게 사고 책임이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차량은 주차된 지 3일째에 발화했습니다. 충전 중도 아니었고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배법)에는 ‘운행’, 자동차보험 약관에는 ‘소유‧사용‧관리’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법에선 운행 중 발생한 사고에 관한 책임을 언급하지만, 실제 판례에선 운행의 의미를 포괄적으로 봅니다. 직접 운전한 게 아니라도 소유자로서의 책임 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거죠. 그래서 실무에선 약관상 소유‧사용‧관리와 자배법상 운행을 동일시 합니다. 이러한 기준으로만 따진다면 차주에겐 배상책임이 지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두번째 쟁점은 사고 원인에 대한 것입니다.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이유로 추정되는 배터리의 문제라면? 책임은 차량 제조사와 배터리 제조사로 넘어갑니다. 벤츠가 가입한 제조물배상책임보험이나 워런티와의 다툼이 되겠죠. 

그런데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지하주차장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화재의 직접 원인은 아니지만, 피해가 커진 데엔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막대한 피해의 책임 지분이 관리업체 등으로 나눠질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차주와 벤츠, 관리업체, 그리고 그들이 각기 가입한 보험사들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화재로 피해를 입은 주변 차량들이 자차담보로 선 처리한 보험사들의 구상 청구도 더해지겠죠. 

이와 함께 사고가 산업에 미칠 여파도 있습니다. ‘전기차 포비아’, 이로 인한 전기차시장 위축은 보험사들이 블루오션으로 생각했던 보험시장에도 적잖은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거죠. EW라든가, 배터리 같은 관련 보험들이요. 결국 보험사들은 각자 직접적인 책임 소재를 최대한 피하려 하겠지만, 모두가 어느 정도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