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안전장치 할인 특약의 리스크

손익분기점 임박한 손보사들, 앞다퉈 우량고객 모시기 사고율 감소효과 입증됐지만…건당 수리비 폭증 가능성

2024-07-09     이재홍 기자
자동차보험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어느덧 손익분기점에 임박했다. 손해보험사들은 저마다 할인 특약을 내놓으며 우량고객 잡기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첨단안전장치 등 일부 특약의 경우 오히려 손해율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전체 자동차보험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는 상위 5개 손해보험사(메리츠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설립 순)의 5월까지 누적 손해율은 약 79.4%에 달했다. 전년 동기 76.8%에서 2.6%P가량 상승한 수치다.

이러한 결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보험에선 원수보험료의 20% 수준을 사업비로 집행하기에, 80%를 기준으로 손익이 갈린다. 다른 하나는 지난해 흑자를 기록하며 올해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2.5% 인하했었단 점이다. 보험료를 낮춘 만큼 손해율이 올라간 셈이다.

더구나 올해는 역대급 장마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침수나 빗길 미끄러짐 사고 등으로 손해율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손해보험사들은 오히려 할인 혜택을 늘리고 있다. KB손해보험은 대중교통 이용 할인 특약과 걸음 수 할인 특약의 할인율을 5%(기존 3%)로 늘렸다. 이 두 가지 특약은 중복 적용이 가능해, 최대 10% 할인이 이뤄질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해상은 기존 첨단안전장치 할인 특약에 후방 및 측방 충돌경고장치와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추가했다. 이를 통해 할인받을 수 있는 최대 폭은 12%(첨단안전할인 특약 전체)다. 이어 삼성화재도 개인용 자동차보험에서 후‧측방충돌방지 장치를 장착한 차량에 한해 보험료를 6% 할인해주는 특약을 내놨다. 

또 최근에는 DB손해보험이 네이버와 손잡고 무려 20.8%까지 할인 가능한 특약을 출시(10일부터 가입 가능)했다. 네이버 지도의 내비게이션 데이터로 안전운전습관을 분석하고 71점 이상이면 최대 보험료 할인을 적용받는다. 차선이탈 경고 장치 특약, 전방충돌 경고 장치 특약, 어라운드뷰 장치 특약, 커넥티드카 특약 등 다른 할인 특약과도 함께 가입할 수 있다.

손익분기점에 다다른 상황, 본격적인 장마철 시작을 앞두고 이러한 할인 특약을 내놓는 건 손해율 희석을 도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의무보험 성격이 짙어, 손해율에 따라 즉각적인 보험료 인상이 어렵다. 이 때문에 사고 발생 가능성이 낮은 우량고객을 유입시켜 전체적인 손해율 안정화를 꾀하려는 전략이란 시각이다.

하지만 우려도 나온다. 특히 첨단안전장치 할인 특약에 대해서다. 첨단안전장치가 장착된 차량이 사고 발생률이 낮다는 건 입증된 사실이나, 되려 건당 수리비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첨단안전장치에는 충돌이나 차선 이탈을 감지하기 위한 센서가 필수다. 그리고 이러한 센서들은 많은 경우가 전‧후방 범퍼 등에 설치된다. 가벼운 접촉사고라도 이러한 센서의 파손 여부에 따라 차량 수리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러한 양상이 대형사로의 편중을 심화시킬 거란 시각도 있다. 기본 모수가 크지 않은 중소형사들이 대형사와 할인 혜택으로 경쟁하긴 쉽지 않다. 사고 가능성이 낮은 우량고객이 대형사로 몰리면서 중소형사들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