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CSR)뿐 아니라 실점(CSIR)도 주목해야 한다

[김민석의 ESG 오디세이]

2024-07-02     김민석 마스턴투자운용 브랜드전략팀장·ESG LAB 연구위원

[한국공제보험신문=김민석]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이지만, CSIR(Corporate Social Ir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무책임)은 상대적으로 낯설게 느껴진다. 그간 학계든 언론이든 시민사회든 CSIR에 대해서는 CSR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했기 때문이리라. (‘기업의 사회적 무책임’을 일컫는 약어 표기로는 CSIR, CSiR, CSI 등이 쓰이고 있는데, 이 글에서는 CSIR로 표기하고자 한다.)

CSIR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그 전후 맥락을 면밀히 파악하는 것은 CSR 담론을 더욱 성숙하게 하는 데 분명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는 ‘도덕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습성이 있다. 비도덕적 행위에 대해서는 사후적으로라도 도덕적 행위를 통해 그 부정적 여파를 상쇄하고자 하는 것이다. 반대의 힘도 물론 작용한다. CSIR 또한 이런 도덕 균형 기제(moral balancing mechanism) 아래 번식하곤 한다.

CSR과 CSIR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2023년 <소비문화연구>에 게재된 ‘MZ세대가 지각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무책임이 브랜드 거리감에 따라 온라인 구전의도에 미치는 영향: 브랜드 동일시와 이기적 동기추론의 매개효과’ 참고)가 있다. 온라인 환경에 친숙한 MZ세대의 경우, 브랜드 거리감(Brand Distance)이 가까우면 지각된 CSR 활동에 대한 온라인 구전의도가 더 높았고, 브랜드 거리감이 멀 때는 지각된 CSIR 활동에 대한 온라인 구전의도가 더 높았다.

즉, 정서적 거리가 멀고 정보가 부족한 브랜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구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기업의 윤리경영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MZ세대는 자신이 친숙하다고 느끼는 브랜드에는 더 높은 수준의 CSR을 기대할 것이다. 이 기대치에 따라 브랜드를 바라보는 태도와 감정이 달라질 수 있다.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정보가 기업 평판과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 시점에서, CSIR 행태를 사전에 철저히 관리하고 브랜드 거리감을 좁힐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가 CSR에만 눈을 돌렸던 것은 늘 ‘플러스’에만 관심을 두었기 때문이다. 스포츠에 비유하면 ‘득점’에만 집중한 것이다. 한데 ‘실점’을 줄여야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야구 경기에서 실점 후 페이스를 잃고 급격히 무너지는 경우를 왕왕 보게 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CSIR이 곧 실점일 터이다.

경기 후 패인을 분석하고 실점 요인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듯, 기업도 CSR뿐만 아니라 CSIR에 대해서도 성찰적인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스포츠의 경우 한 경기를 지면 다음 경기에서 설욕을 다짐할 수 있다. 그러나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소비자가 기업의 비윤리적 행태에 실망해 마음을 돌리면, 만회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봉쇄될 수 있다.

CSIR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자. 득점뿐 아니라 실점 요인도 냉철하게 진단해야 한다. 그럴 때 이전 보다 더욱 견고한 CSR 전략이 수립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책임(CSR)’뿐 아니라 ‘무책임(CSIR)’을 연구하고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