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중개사업계 현황과 미래

최근 5년간 영업보증금 2배 ‘껑충’, 기업의 든든한 조력자 리스크관리, 보험상품 비교, 계약‧보상까지 ‘원스톱 서비스’ 몸집 커졌지만 과제도 산적, 법적권한확보‧규제 개선 시급 “독립 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전문성 키우고 힘 모아야”

2024-06-24     이재홍 기자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일반보험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일반보험시장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보험중개사의 성장세는 그보다 더 빠르다. 뛰어난 전문성을 바탕으로 계약자의 편에서 계약자의 권익을 도모하는 특성으로 가능했던 성과다.

특히 최근 5년간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고무적인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보험중개사제도가 도입된 지 20여년이 지나는 동안 가장 활발한 모습이다. 상위 10개 회사의 연 수입액은 3000억원을 넘어섰고, 개별 회사가 1000억원을 돌파하거나 75%의 놀라운 성장률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보험중개사업계엔 아직 남은 과제가 많다. 유일하게 독립적인 위치에서 계약을 중개하는 채널이지만, 법령에 보험중개사의 권한은 명확하지 않다. 빠른 성장세와 달리 전체적인 규모는 크지 않다 보니 업의 특성이 배제된 일관적 규제로도 신음하고 있다.

보험중개사업계는 스스로 갈길이 멀다고 말한다. 법적 권한을 확보하는 것과 자기대리점 등 비정상적인 영업 관행을 철폐하는 것,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 외화송금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것 등의 시급한 과제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보험중개사업계가 더욱 커져야 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이 산적한 와중에도 보험중개사업계의 미래는 밝다고 입을 모은다. 계약자의 권익을 위해 일하는 전문가란 포지션 때문이다. 어려움은 이전에도 있었고, 이를 극복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그려왔다는 것이다.

보험중개사들의 현황과 해결 과제는 무엇인지, 이들이 일반보험시장에서 가져올 변화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독립성 가진 보험채널, 전문성으로 승부수

보험에 대한 부정적 인식 중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표현이 있다. 만일의 사고를 보장하는 보험의 복잡한 구조는 일반인이 완벽히 이해하기 어렵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소비자는 자신에게 불리한 계약을 체결하게 될 여지도 크다.

개인이 아닌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이라도 마찬가지다. 산업이 커지고 다양해지면서 파생되는 리스크도 커졌다. 예전엔 없었던 위험이 생겨나기도 하고, 기후변화나 법령 개정 등에 따른 변수도 많다. 그래서 이를 보장하는 보험도 빠르게 변한다. 보험업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기업에도 든든한 ‘조력자’가 필요한 이유다.

보험중개사는 보험모집인으로 분류된다. 보험을 판매하는 채널 중 하나다. 그런데 다른 모집인과 차별되는 요소가 있다. 독립성은 보험중개사의 역할이 왜 보험에서 중요한지를 간단명료하게 보여주는 특성이다.

보험중개사는 보험사에 소속돼 있지 않다. 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존재가 아니란 의미다. 이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보험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소비자(계약자)를 대신해 가장 합리적인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업무 영역은 단순한 계약 중개로 국한되지 않는다. 계약 전에는 여러 보험사의 보험상품을 비교‧분석하고 계약자엔 위험요소를 줄일 수 있는 컨설팅을 제공한다. 보험사와 요율을 협상할 수 있는 권한도 있어, 컨설팅을 통해 위험도를 낮춘 만큼 보험료도 절감할 수 있도록 한다. 

계약이 체결된 후에도 계약자를 위한 서비스는 계속된다. 사고가 발생하면 보상 문제에 대해 보험사와 교섭, 계약자가 적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후의 보험계약 갱신과 리스크 관리 등을 위한 정보 수집도 수행한다.

전문적인 리스크 관리를 받으며 보험료 절감까지 기대할 수 있는 계약자엔 여러모로 유리하다. 계약 체결에 따른 수수료 또한 보험사가 지급, 비용적 부담이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이러한 요인들에 힘입어 국내 보험중개사업계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들의 주 무대인 일반보험시장의 성장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리스크의 확장과 다변화가 더욱 전문적인 서비스를 원하는 수요의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5년간 영업보증금 살펴보니…

보험중개사업계의 성장세는 영업보증금 추이를 보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영업보증금은 보험중개사가 매년 금융감독원에 예탁해야 하는 금액이다. 최근 2개 사업연도의 연도별 총수입 중 많은 금액으로 하되, 이것이 최저 기준(개인 1억원 이상, 법인 3억원 이상)에 미달하면 최저 기준에 따른 금액을 예탁해야 영업을 개시할 수 있다. 단 예탁은 현금 외에 주식을 제외한 유가증권이나 보증보험증권, 은행 등 금융기관의 지급보증서로 대체할 수 있다.

2019년 영업보증금 상위 10개사의 총액은 1552억5634만9000원이었다. 이후 2020년 1714억404만8000원, 2021년 1965억1575만8000원, 2022년 2218억2902만3000원, 2023년 2735억6668만5000원으로 지속 증가했고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3000억원을 돌파하며 3205억7481만9000원을 기록했다.

더 유의미한 이유는 이러한 실적 증대가 특정 몇몇 보험중개사만의 성과가 아니란 점이다. 2024년 영업보증금 상위 10개사 중 9개 회사는 전년 대비 영업보증금이 늘었다. 그중에서도 글로벌 1위 마쉬코리아보험중개는 2023년 982억4790만4000원에서 1093억5517만3000원으로 늘리며, 1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2023년 54억8077만5000원으로 12위에 랭크됐던 사이먼글로벌보험중개는 95억9563만9000원으로 9위에 진입했다. 1년 새 75%나 뛴 것으로, 보험중개사업계 전체에서도 가장 가파른 성장세다.

이밖에도 에이온코리아보험중개, 히스보험중개, 엘케이보험중개, 유아이비보험중개, 록톤컴퍼니즈코리아손해보험중개, 에프제이보험중개, 피아이에스보험중개 등 로컬과 글로벌 보험중개사들 전반적으로 전년 대비 고루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보험중개사 현안①-법적 권한 확보

일반보험에서 계약자의 권익을 보호하며 계속해서 성장 중인 보험중개사업계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특히 보험중개사업계는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상법에선 보험중개사의 구체적인 권한에 대한 명시가 없다는 점을 시급한 개선요소로 꼽는다.

현행 보험업법에선 보험중개사를 보험설계사, 보험대리점과 함께 모집종사자로 분류한다. 그런데 모집종사자의 권한을 규정하는 상법 조항에선 보험설계사와 보험대리점에 관한 내용만 언급돼 있다.

이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상법이 상대적으로 큰 틀의 내용을 규율하기 때문이다. 보험업법에선 모집종사자의 자격과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 및 감독 등 세부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상법은 보험계약 관계에서 모집종사의 권한을 정의한다. 

즉, 현행 법체계에서 보험중개사는 자격과 영업행위에 관한 규제만 받을 뿐 그 과정에서의 권한은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다시 복잡하고 계약당 보험료, 유사시 보장규모가 큰 일반보험을 취급한다는 특성과 맞물려 혼선을 빚을 여지가 크다. 

법령과 실무에서 가장 큰 괴리가 발생하는 부분은 보험료 수령권이다. 우선 보험업법에선 보험중개사는 보험사를 대리해 보험계약의 체결 및 변경 또는 해지의 의사표시를 수령할 권한이 없다고 명시한다. 이와 함께 보험료의 수령과 환급, 계약에 관한 고지사항의 수령, 보험사고에 대한 보험사의 책임 유무 판단 및 보험금 결정에 대한 권한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실무적으론 보험중개사가 보험료를 수령하는 사례가 많다. 당사자(보험사 및 계약자)로부터 별도로 위임을 받은 경우를 인정하는 경우다. 학계에서도 고지 수령권이나 보험계약 체결 대리권 역시 당사자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경우엔 보험중개사가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가 다수다. 이같은 부분은 상법에서 명확히 짚어줘야 한다는 게 보험중개사들의 시각이다.

보험중개사 현안②-비정상 영업 관행 철폐

보험중개사업계는 또 비정상적인 영업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꼽는 사례가 자기대리점 문제다. 이는 보험에 관한 전문성을 토대로 계약자가 가진 위험을 정확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보험계약을 금전적 이득에 의해 좌우하는 행위다.

더구나 고객인 법인의 대표자나 임직원, 친인척 등의 명의로 만들어진 자기대리점을 통해 계약과 수수료가 오가는 건 그 자체로 위법이기도 하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로, 보험업법에선 특별이익제공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자기대리점은 여러 부작용을 양산한다. 보험사 입장에선 지급하지 않아도 될 수수료가 나가고, 계약자는 전문적인 리스크관리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김성준 보험중개사협회 회장 역시 줄곧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왔다. 보험의 본질이 도외시된 비정상적 영업행태는 결국 계약자와 보험사 모두에게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보험중개사 현안③-외화송금 규제 완화

보험중개사업계의 현안은 대부분 오랜 숙원이다. 그런데 지난해 외화송금 규제가 강화되면서 업무에 적잖은 차질을 빚었다. 보험중개사업계는 협회를 중심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으나, 아직 유의미한 해결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 2022년 6월 금융감독원의 은행권 일제 검사에서 비롯됐다. 15조9000억원대 규모의 이상 외화송금 거래가 파악되자, 금감원은 이에 대한 징계에 착수했다. 특히 규모가 크고 문제가 많았던 4개 시중은행에는 6억원 상당의 과징금과 관련 지점 외국환업무 2~3개월 정지 등의 처분이 내려졌다.

그런데 이게 각 은행의 심사 강화로 이어지면서 보험중개사업계에 파장이 일었다. 정‧청산업무와 관련해 보험사와 특약을 맺은 경우를 제외하면 전용계좌에 입금된 재보험료와 재보험금을 지체없이 송금해야 하는 보험중개사업계와, 이것이 제3자 지급에 해당한다고 보는 한국은행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이 문제는 금융당국과 기획재정부를 거쳐, 한국은행이 보험중개사들의 외화송금 신고양식 통일안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일차 봉합됐다. 하지만 이전보다 송금 일정이 늦어질 수 있는 상황은 불가피하다. 

보험중개사 업무에서 외화송금은 매우 빈번하다. 사안에 따라서는 긴급하게 지급이 이뤄져야 할 때도 많다. 행정 절차상 문제로 지연되는 상황에서 원보험사나 재보험사의 클레임이 보험중개사로 향할 가능성도 무시하기 어렵다.

높아진 관심과 규제, 더 성장해야

보험중개사업계에선 높아진 관심과 규제 움직임에서 벗어나려면, 스스로 더욱 성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령의 개정 등 어떠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려면 보험중개사가 사회 전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보다 커져야 힘이 실린다는 것이다.

보험중개사업계 관계자는 “외화송금 문제를 논의할 때도 가장 막혔던 부분이 보험중개사업계보다 훨씬 큰 분야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규정인데 왜 보험중개사들만 예외를 달라고 하냐는 점이었다”며 “보험중개업의 특성이 있지만, 3자의 관점에선 규모가 크지 않은 산업군 중 하나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금감원 역시 개인보험에서 발생하는 리베이트 같은 문제엔 기민하게 반응하지만, 기업보험에선 그렇지 않다”며 “이런 생각을 바꾸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면 개별 보험중개사들이 전문성과 역량을 키우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러 현실적 어려움에도 보험중개사업계의 미래는 밝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보험사와 협상할 수 있을 정도의 전문성을 가지고, 계약자의 권익을 위해 일하는 특성 때문이다. 

매년 갱신하는 일반보험에서 계약자들이 보험중개사에 대한 좋은 인식을 갖게 되면 다시 보험중개사를 찾는 선순환으로 작용할 것이란 의견이다.

여기에 개인보험에서 트렌드로 자리잡은 제판분리 흐름도 보험중개사엔 기대할 만한 요소다. 보험업계 전체에 점차, 보험상품을 만드는 일과 판매를 분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란 인식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기업보험은 계약자인 기업에도 보험업무만을 담당하는 인력이 존재하며 보험료 규모가 커서, 보험사가 직접 수행하기엔 번거로움이 있다. 빈번한 클레임도 보험사 입장에선 골칫거리다.

이 때문에 서베이와 클레임 등 보험사들의 업무를 덜어주며 해외 재보험 요율까지 구해줄 수 있는 보험중개사의 활용도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