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보험설계사의 미래

[2030 보험라이프]

2024-04-24     이루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이루나] 24년은 AI 시대다. 내 삶과 멀리 떨어진 전문 영역이라 생각했던 기술이, 어느덧 휴대폰의 안의 솔루션으로 진입해 있다. AI 기술을 업무에 활용하는 꿀팁들이 넘쳐나고, 실제로 성과를 거두는 사례들이 여러 업종에서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험업도 AI 광풍의 무풍지대는 아니다. AI 기술을 좀 더 활용한다면 업 자체의 본질이 바뀔 수도 있다.

보험업의 가장 큰 핵심은 정보와 사람이다. 보험설계사로 불리는 사람은 보험에 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자신의 네트워크와 마케팅 역량을 활용해 신규 고객을 발굴해 최적의 보험 상품을 세일즈한다. 신규 고객은 보험에 대한 관심이 아예 없고, 무분별한 스팸 메시지처럼 귀찮아할 가능성이 높다. 보험설계사는 이런 잠재 고객에게 보험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이를 계약까지 이끌어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어찌 보면 상품과 사람을 함께 이해해야 하는 종합예술의 영역이다.

하지만 고객은 항상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내 앞의 보험설계사가 정말 나에게 최적의 상품을 제공해 주는가? 이 가격은 적절한가? 비슷한 구성의 다른 회사 상품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복잡한 구성의 보험 상품을 일일이 살펴보기도 힘들고, 개인의 소득 구조 및 재무 환경, 가치관, 위기대처 역량이 다르기에 단순비교도 어렵다. 자신과 친하거나 소개받은 설계사의 믿음직한 평판과 계약 시 보여주는 그의 언변을 믿을 수밖에 없다.

‘사람’이 매출과 이익에 직결되기에 보험사에서는 ‘사람’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22년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보험설계사는 62만 명에 달한다. 꾸준히 신규 보험설계사를 모집하고, 보험협회 등록 요건을 갖추기 위한 교육에도 많은 투자를 한다. 보험설계사가 된 이후에도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는다. ‘사람’이 자산인 것이다.

하지만 생성형 AI 등장은 ‘사람’이 하던 많은 역할을 대체하거나 더 잘할 수 있다. 잠재 고객이 SNS나 인터넷에 남긴 몇 가지 정보만으로 보험에 가입할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도 있다. 개인에게 최적화된 상품과 특약 구조를 만드는 것은 AI의 전문 영역이다. 사람이라면 검증하지 못할 수많은 변수를 조합해, 가장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낸다. 오롯이 사람이 전담해 왔던 교육도 AI가 대체할 수 있다. 개인별 학습 수준과 역량을 고려하여 최적의 방법론과 내용을 전달하여, 신속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이 늘어나는 인구구조에서 다국어 적용이 가능한 AI 강사는 매우 효율적이고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럼 60만명이 넘는 기존의 보험설계사를 대체해, AI 보험설계사 혼자서 오롯이 영업을 할 수 있을까? AI는 리서치, 분석, 큐레이션 등에 능하지만 사람의 감정을 터치하지 못한다. 보험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접촉해, 이를 보험 계약으로 이끌어내는 것은 오롯이 ‘사람’의 영역이다. 비대면/온라인 보험 서비스가 저렴하고, 간편하지만, 보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이런 서비스에 접근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잠재 고객’을 ‘보험’ 생태계에 끌어올리는 것은 ‘사람’의 역할인 것이다.

하지만 ‘보험’ 주제 하나로 사람을 매혹하기에는 이미 세상에 재미나는 정보와 유익한 서비스가 넘친다. 유튜브만 해도 이미 수많은 채널에서 보험 상품을 비교하고, 추천 상품이나 가입하지 말아야 할 상품 등을 영상으로 쉽게 알려주고 있다. 굳이 보험설계사를 만나서, 귀찮게 보험 얘기를 들을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보험’을 벗어나 한 개인의 라이프를 컨설팅해 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취미, 진로, 네트워킹, 재무, 여가, 교육 등 개인에게 최적화된 솔루션과, 개인 성장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업종과의 만남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만남’의 필요성과 가치는 급상승할 것이다.

AI 기술의 등장은 보험설계사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위협이다. 단순 관리형 영업을 하던 보험 설계사는 AI에게 많은 일자리를 뺏길 것이고, AI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고,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설계사에게는 무궁무진한 기회가 될 것이다.

한번 상상해 보자. 보험설계사를 만났는데 경제 환경과 내가 종사하는 업종을 비교해 단/장기적으로 닥칠 재무적 위협을 안내해 주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가 갖추어야 할 역량과 교육 서비스, 내가 만나면 좋을 전문가, 타 업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아이디어 추천, 나의 라이프 사이클, 최근 관심사, 취미 생활에 대한 얘기를 다방면으로 나눈다고 생각해 보자.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험설계사가 마무리로 이런 얘기를 한다.

“오늘 우리가 나눈 이야기를 AI가 듣고 추천 서비스 무료로 설계해 드렸어요. 고객님 업종에 대한 산업 분석 리포트와 관련 전문가, 세미나도 추천해 드렸어요. 최근에 BMI(비만도) 지수가 올라갔는데, 피트니스 센터 연계 서비스도 있으니 매주 3회씩 건강관리 하시고, 지난달 보너스 받으신 거는 연금 상품에 지금 투자하시면 수익률 좋다고 AI 투자센터가 추천하네요. 어제 자동차 접촉 사고 나신 건은 영상 AI로 분석해 보니 과실이 5:5 정도 예측되니 참고하세요. 다음에 가입하면 좋을 특약과, 자동차 수리 가이드도 추천되어 있으니 한번 살펴보세요. 오늘 얘기 나눈 대화는 회의록으로 정리해서 고객님 메일로 이미 발송되었으니, 더 궁금한 거 있으면 추천 링크 클릭해 보세요! 그럼, 이만!”

설계사의 머지않은 미래다. AI를 통해 일을 먼저 없애는 자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 AI가 잘하는 일은 신속히 맡기고, 나머지 사람이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는 것. 업을 넘어 AI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의 새로운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