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제증서의 한계
[2030 보험라이프]
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고라니] 전세 사기가 또 터졌다. 피해자 대부분이 2~30대 청년이다. 신림동 다가구 건물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보증금이 총 43억90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전세 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된 지 오래임에도 피해는 계속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은 1조4354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80%나 증가했다.
보증보험 사고가 모두 전세 사기 때문에 발생하는 건 아니지만, 날이 갈수록 사기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으니 문제다. 전세보증금이 거의 집값에 달하는 깡통전세, 다른 세입자와의 이중계약, 가짜 임대인 등은 사회초년생이 대비하기 어렵다.
선순위 임차보증금과 근저당을 허위로 고지하는 경우도 있는데, 신림동에서도 이런 행태가 있었다. 계약서에 선순위 보증금이 없다고 특약으로 명시돼 있었는데, 실제론 선순위 세입자가 6명이나 있던 것이다.
계약 과정에서 중개사는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원래 불가능한 물건이라며 대출 규모 등을 공개하지 않으려 하고, 집주인이 건물을 여러 개 가졌다며 안심시켰다고 한다. 정확한 사실관계는 당사자만 알겠지만, 중개사의 과실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나마 다행인 건 중개인의 잘못이 있다면 공제증서 혹은 보증보험을 통해 배상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개업공인중개사는 고의 또는 과실로 거래당사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배상해야 하고, 그 책임을 보장하기 위해 공제 혹은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나 보증보험회사에서 피해자에게 배상해주고, 중개사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나 역시 사회초년생 때 회사 앞 원룸 임차계약을 체결하며 공제증서를 받은 적이 있다. 공제금액란에 무려 “1억원”이라고 적혀 있길래 원룸 보증금보다 훨씬 크니까 걱정 없다며 안심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의무금액이 더 커져서 개인은 2억원, 법인은 4억원 이상으로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전세 사기 앞에서 공제증서는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피해자가 스스로 중개사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는 점을 입증하기란 어려울뿐더러, 중개사의 과실비율만큼만 배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부분을 따지기 위해서는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공제금액 2억원은 나 혼자 받을 수 있는 돈이 아니다. 1년 동안 그 중개사가 거래한 모든 건에 대해 배상받을 수 있는 금액을 다 합쳐서 2억원이 한도라는 의미다. 동일 시점에 전세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수십 명이라면 공제증서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물론 다수의 선량한 중개사와 거래당사자에게 있어서 불의의 사고에 대비하는 공제는 중요한 안전장치다. 부동산 침체기에 거래가 줄어든 와중에도 중개사들이 꼬박꼬박 공제료를 내는 덕에 중개거래의 신뢰가 보장되고, 거래당사자의 소중한 보증금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제도가 그러하듯 모든 상황에 대비할 순 없다. 제도가 개선되기 전까진 결국 내가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사회적 문제를 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은 불합리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젊을 때 겪을 수 있는 경험이라고 치부하기엔 전세 사기는 너무 아프다. 그러니 많이 공부하고 발품을 팔아서 안전한 집을 찾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