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조합 2024 정기총회 자료집 분석
2023년 성적표 ‘양호’, 경기 침체에도 역대급 성과 올해 화두는 리스크관리, 비상경영체제·모니터링 강화 조합원 업무 개선, 특별자금지원 등으로 고통 분담
[한국공제보험신문=박형재 기자] 정기총회는 조합원에게 전년도 성과와 올해 사업계획을 공유하고 승인받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3월 말까지 대부분 공제기관이 정기총회를 마무리한 가운데, 주요 공제조합 총회 자료집을 입수해 주요 특징을 정리했다.
2023 사업실적, 양호한 성적표
주요 공제조합의 2023 사업실적은 예상치를 웃돌았다. 경기불황 여파로 공제, 보증실적이 악화됐으나 자산운용에서 선방하며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은 2023년 당기순이익 116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23억원 증가한 수치다.
구체적으로 보증수수료 1140억원, 공제수수료 697억원, 코스카CC 순이익 82억원 등에서 수익이 발생했다. 자금운용수익은 1347억원(수익률 3.1%)으로 채권형 528억원, 채권파생 119억원, 대체투자 537억원을 벌었고, 주식파생상품에서 218억원 손실을 봤다.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은 2023년 당기순이익 66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수익은 총 2124억원으로 보증료 433억원, 공제료 312억원, 금융투자수익 519억원, 임대수익 252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영업비용은 1027억원으로 재보험비용 등 576억원, 일반관리비 237억원, 충당금 182억원, 조합원지원보험료 31억원 등이다.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은 2023년 당기순이익 325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수익은 408억원으로 보증수수료 225억원, 공제료 99억원, 임대사업수익 40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영업외수익은 476억원으로 이자수익이 대부분(474억원)을 차지했다. 영업비용은 422억원, 영업외비용은 14억원으로 나타났다.
전기공사공제조합도 2023년 당기순이익 306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체투자 확대 등 자금운용 강화를 통한 고수익 창출 전략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결과 영업외수익이 획기적으로 증가한 것이 특징적이다.
총 수익은 1003억원으로 영업수익은 보증수수료 146억원, 공제수수료 199억원, 대출금이자 221억원, 임대료수익 15억원 등이다. 영업외수익은 예금이자 279억원, 배당금수입 79억원 등으로 조사됐다. 총 비용은 603억원으로 영업비용 581억원, 영업외비용 21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건축사공제조합은 2023년 당기순이익 50.8억원을 기록했다. 주 수입원은 보증수수료 4.2억원, 공제수수료 104.9억원, 융자이익 1.8억원 등이다. 자금운용은 채권 446억원, 정기예금 337억원, 특정금전신탁 80억원, 보통예금 41억원 등을 배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32.8억원의 영업외수익을 얻고 있다.
이밖에 전국렌터카공제조합은 2023년 수입 6083억원, 비용 6031억원, 당기순이익 51.6억원을 기록했다. 자동차공제조합의 특성상 수입과 비용 모두 높은 수준으로 집계돼 눈길을 끈다. 2023년 말 기준 사고율은 24.3%로 전년 대비 1.3%p 개선됐고, 손해율은 88.1%로 전년 대비 1.5%p 개선됐으며, 지급여력비율은 113.2%를 기록했다.
정보통신공제조합은 2023년 수입 396억원, 비용 222억원, 당기순이익 122억원의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한편, 적립형공제를 운영하는 주요 공제회는 역대 최대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해 눈길을 끈다. 오랜 기간 쌓아온 연기금으로서 자금운용 네트워크와 함께, 2023년 미국 증시 호황의 영향 큰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교직원공제회는 2023년 당기순이익 899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어려운 투자환경 속에서도 기금 운용수익 3조7289억원, 운용수익률 8.3%를 달성했다.
군인공제회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 17조6027억원으로 전년대비 2조7416억원 증가했다. 투자사업을 통해 8587억원을 벌었으며 투자수익률은 10.9%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역대 최대인 3796억원이다.
2024년 사업계획, 리스크관리 방점
2023년 실적은 대부분 공제기관에서 선방했지만, 2024년은 다소 암울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경기는 살아날 기미가 없고, 자산운용 실적을 견인했던 미국 증시 등은 기대치가 모두 주가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대부분 공제기관이 경영 목표를 올해보다 하향 조정하며 위기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 공제회 관계자는 “2023년 역대급 실적을 올린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며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한 작년보다 낮은 성적표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런 맥락에서 2024 사업계획은 ‘리스크관리’가 핵심 과제로 꼽혔다.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하고 조합원사 신용평가모델을 점검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해 리스크에 즉시 대응체제를 갖추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한편으론, 조합원사 특별자금 지원 등 고통분담 의지도 나타냈다.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은 올해 4대 중점과제 중 하나로 리스크관리 강화를 선정했다. 리스크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보증 리스크 고도화에 나서며, 자산운용 리스크 체계 구축, 법률/세무 리스크 관리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리스크 전담 조직을 신설’해 급변하는 대외 상황 및 조직 규모 변화에 맞춰 전사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리스크관리실 내 리스크관리팀 및 법무팀을 신설하여 조합 전반의 대내외 리스크를 관리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전무이사 직속기구로 운영한다.
‘보증리스크 고도화’는 현장실사 확대 및 분기별 미공시 조합원 자료 징구 등을 통해 보증심사를 강화하는 것이다. 또한 신용평가모델 로드맵 수립을 통해 신용평가를 강화하며, 채권관리 매뉴얼 개발 및 약관상 미비점 개선, 채무관계인 구상 절차 협의 통한 채권확보 등에 힘쓸 예정이다. 이와 함께 부실조합원 관리체계의 전산시스템화도 추진한다.
‘자산운용 리스크 체계 구축’은 투자검토, 자금집행, 사후관리 전반에 전문가 검증 및 현장실사 등을 통해 체계적인 자금집행 및 회수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상징후 발생시 조기 경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법률리스크 강화는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 개정 추진 및 ‘건설기술 진흥법’, ‘건축사법’ 등 관계법령에 대응하고, 송무리스크 관리를 통해 조합 내 모든 소송 관련 업무수행을 일원화하는 등의 내용이다.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은 지난 1월 2일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리스크 증가에 대비해 종합적인 리스크관리로 위기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함이다.
이와 관련, 리스크대책반을 구성해 부실징후 조기파악 체계 구축, 위험평가 및 모니터링, 협상 및 관리, 보증지급심사 및 소송, 유관기관 공조 등을 진행한다.
또한 조합원 하도급대금 수령 지원을 위한 ‘하도급대금 수령 상담센터’를 2월 1일 개설했다. 상담센터는 종합건설사의 PF부실위험 증가와 원자재가격상승으로 인한 공사원가 상승, 건설경기 하향으로 인한 미분양 확산 등 원수급자의 사업리스크 확대로 인한 하수급자(조합원사)의 공사대금채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합원사에 대한 법률상담은 물론,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 조정 절차 등 추가 안내, 관련 보도자료 배포 등으로 하도급대금 수령을 지원한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월별 수익비용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전사의 경영수지를 매월 모니터링하고, 이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적기 대응체계를 구축하여 2024년 경영목표인 이익극대화를 달성한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주요 항목별로 담당 부서에서 월별 예측치를 작성하고, 매월 10영업일 이내에 전월 실적을 취합하여 사전 계획과 비교 분석하며, 필요시 대응방안 수립 및 분기별 경영 시나리오를 조정키로 했다.
이와 함께 2월 16일 3000억원 규모의 건설안정 특별융자를 시행하고, 최근 종합건설업체의 워크아웃 등으로 인한 조합원의 충격 최소화 및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지원한도는 개별 조합원 1좌당 20만원(최대 1억원)이며, 융자이율은 코픽스(COFIX) 변동금리를 기준으로 전문조합 신용등급에 따라 최저 0%에서 최고 0.6%까지 가산이율을 적용한다.
조합원사 지원 강화
정기총회 단골손님인 ‘조합원사 지원 강화’도 다수 언급됐다. 조합의 주요 고객이자, 이해관계자인 조합원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현장에서 필요한 상품을 개발하며, 우수 조합원의 공제·보증 이용률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논의됐다.
정보통신공제조합은 올해 전략과제로 ‘조합원 중심 업무프로세스 개선’을 채택했다. △보증기재사항 변경 등 업무 편의성 향상을 위한 시스템 개선 △낙찰정보를 활용한 보증한도 사전점검으로 능동적 보증발급 서비스 제공 △조합원 필요사항 반영 인터넷 업무서비스 확대 검토 △우량조합원 이탈방지를 위한 전자보증 연계기관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조합원 금융서비스 강화를 위해 △보증 기재사항 변경시 신용카드 결제 기능 도입 △부동산담보 특별융자 온라인이자납부(PG) 및 자동출금서비스(CMS) 도입 △신용평가 및 융자업무 홍보 활동 강화 등을 추진한다.
건축사공제조합은 연금화사업을 추진한다. 조합원이 노후에 출자금을 연금식으로 인출하여 활용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조합원이 200좌 출자 후 매년 20좌씩 증자해 출자금 3억원을 달성하면, 이를 연금식으로 매달 인출하는 등의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또한 마일리지 제도도 추진한다. 조합원이 납부한 수수료의 일정금액을 마일리지로 적립하여, 골프장 이용, 수수료 결제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키로 했다.
전국렌터카공제조합은 2024년 중점추진 사업계획의 일환으로 조합원 지원을 강화한다. 조합원 맞춤 공제상품 개발, 장기 요율의 추가 세분화, 자차 특화상품 검토는 물론, 관용/공기업/은행 차량의 할인요율을 도입하는 등 현장의 니즈에 맞는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전기공사공제조합은 우수 조합원에 프리미엄 혜택을 제공하고, 조합원 친화적인 신용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며, 중대재해배상책임공제상품의 보유공제 전환을 통해 수수료 인하 및 보장범위를 확대하는 등 조합원 경영안정에 기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