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운전자보험 돌풍의 이면

중복가입 확인 절차 제외…업계 누적한도 회피 ‘꼼수’ 단기 일반보험이라 가능? 모럴해저드 방지 취지 무색

2024-03-21     이재홍 기자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카카오페이손해보험(카카오페이)가 야심차게 내놓은 운전자보험의 초반 돌풍이 거세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 뒤로 교묘하게 영업질서를 흐리고 있다는 논란이 뒤따른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8일 운전자보험 출시를 알렸다. 앞서 해외여행자보험의 성공을 견인했던 무사고 보험료 환급도 적용했다. 맞춤형 설계를 극대화해 필요한 보장만 원하는 기간(1~3년) 동안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이어 19일 카카오페이는 운전자보험 판매 개시 일주일 만에 가입자 1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신계약 체결 건수만으론 온라인 운전자보험시장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라는 워딩과, 카카오톡 친구 추천으로 가입한 비율이 49%에 달한다며 빅테크기업 자회사로서의 막강한 인프라를 홍보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런데 손해보험업계에선 차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다른 모든 손해보험사가 적용 중인 자동차부상치료비(자부치)의 업계 누적한도를 제외한 일시적 효과라는 거다. 

자부치는 자동차사고를 원인으로 발생한 부상에 대해 부상급수(1~14급)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담보다. 과거 운전자보험시장 경쟁이 심하게 과열되면서 한때 가장 경미한 부상인 14급에도 100만원을 보장하는 상품까지 나왔었다.

14급에 해당하는 부상은 가벼운 염좌나 단순 타박, 찰과상 정도다. 사실상 자동차사고만 발생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심각한 모럴해저드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금융감독원은 최대 50만원, 다시 30만원으로 한도를 축소하라고 권고했다.

그러자 중복가입을 통한 한도 높이기가 문제로 떠올랐다.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비싸지 않아, 몇 개의 보험에 가입해도 부담은 적었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에 중복가입을 사전에 확인하고 타사에 가입된 한도를 합산, 30만원을 넘지 않도록 할 것을 당부했다. 

결과적으로 현재 공식적인 자부치 가입 한도는 부상등급 14급 기준 30만원이다. 그런데 카카오페이는 이걸 비켜갔다. 중복가입을 확인하는 절차를 두지 않았다. 카카오톡 링크 공유를 통한 간편함을 내세워 모럴해저드를 막기 위한 과정을 배제한 셈이다.

카카오페이 운전자보험엔 자부치 업계 누적한도가 없다는 소문은 보험설계사들 사이에서 가입 링크와 함께 빠르게 퍼졌다. 직업적 특성상 운전자보험 정액형 담보 가입에 상당한 제약을 받던 보험설계사들이 대거 이 상품에 가입했다. 1만명의 가입자, 49%의 친구 추천 가입률이란 숫자의 이면이다.

한 보험설계사는 “나도 여러 보험사에 120만원(부상등급 14급)까지 가입돼 있었는데, 누적한도 제한 없이 추가할 수 있단 얘기를 듣고 곧바로 가입했다”며 “고지나 병력 같은 것도 보지 않아 동료 설계사로부터 받은 링크를 통해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이 가능했던 이유는 누적한도에 법정 강제성이 없다는 점이다. 금감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보험사들은 권고에 따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어디까지나 자율인 탓에 위반하더라도 별다른 처벌은 없다.

카카오페이는 또 해당 운전자보험상품은 1~3년 기간의 단기 일반보험이라 업계 누적한도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타사 역시 장기 운전자보험에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우선 누적한도 본연의 취지다. 14급의 부상으로 30만원 이상의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는 게 비정상이라 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러한 리스크는 상품구조가 장기인지, 단기인지와는 무관하다. 그러나 카카오페이의 일탈로 자부치는 14급 기준 최대 6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돼버렸다.

단기 일반보험이라 누적한도를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카카오페이의 논리가 인정받으면 더 큰 혼란도 예상된다. 운전자보험은 자부치 외에도 변호사선임비용 등 과도한 보장 경쟁의 전례가 많았다. 1~3년의 단기 일반보험은 타 손해보험사도 만들 수 있다. 가입 기간만 단축해 보장 경쟁이 과열이 반복될 수도 있는 거다.

더구나 지난해엔 한화생명이 재해보험의 교통사고부상지원 담보를 손해보험사 자부치와 중복 지급받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가 철회한 사례도 있었다. 당시 금감원은 교통사고 때 일정 금액의 치료비를 지급한다는 점을 근거로 자부치와 같은 상품이라 보고 조율에 나섰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근원적 차이도 있고, 업계 누적한도는 애초에 손해보험사들을 대상으로 했었다. 하지만 금감원은 보종에 국한하지 않고 담보의 유사성과 누적한도 적용 권고의 취지를 우선했다. 

단기 일반상품이라 누적한도를 제외할 수 있다는 카카오페이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고, 보험의 본질과 혁신의 디지털보험사를 말하는 그들의 비전과도 괴리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