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과 할부의 공통점
[2030 보험라이프]
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하얀마음백구] 보험료와 할부는 닮은 구석이 있다. 나도 모르게 천천히 삶에 스며든다.
얼마 전 갤럭시S24 울트라를 사전구매했다. 삼성카드로 결제하면 약간의 할인과 무이자 할부를 해주는데 기간이 놀라웠다. 2~3개월까지 무이자, 그 다음 옵션이 24개월 무이자였다. ‘무슨 통신사 2년 약정도 아니고 기기값에 24개월 무이자를 달아놨네’하고 신기했다.
삼성카드는 왜 그렇게 파격적인 무이자 혜택을 줄까? 카드사는 사전구매를 위해 신용카드를 처음 만드는 사람이 일회성이 아니라 계속 카드를 쓰게 만드는 게 목표다. 150만원이 넘는 스마트폰 금액을 24개월 할부로 매기면 월 6만원대다. 소비자가 통신비 할인을 위해 삼성카드를 결제에 사용하다보면 어느새 익숙해진다. 보험 역시 납입기간이 일정 기간 흐르면 익숙해지는 것처럼, 삼성카드가 자연스럽게 메인 카드가 되는 것이다.
보험은 통상 가입한 지 2년이 넘어가면 잘 유지되는 편이다. 그 기간동안 해지할 사람은 이미 다 했고, 보험료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세후 급여 300만원인 사람이 노후 대비를 위해 급여의 10%인 월 30만원 20년납 연금보험에 가입했다고 해보자. 차량이나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우리는 먼저 총액을 떠올린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월 30만원보다는 총 7200만원 짜리 상품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선택의 무게’가 달라진다. 그래서 보험사는 보험을 홍보할 때, 월 00만원으로 00이 보장된다고 강조한다. 그 설명 안에 총액은 찾아볼 수 없다.
물권에는 감가상각이 있다. 보험에서 감가상각은 시간가치에 따른 현금가치 하락이다. 연금의 구조는 정해진 기간 동안 몇 만원을 내고, 몇 년이 흘러 00세부터 00년간 연금을 나눠받는다는 것이다.
납입시작 시점부터 연금수령 시기까지 시간 차이를 보면 까마득하다. 만일 28살부터 연금 20년을 내서 65세부터 20년간 연금을 수령하도록 설정하면, 대략 가입 후 ‘38년 뒤’에 연금을 받는다. 납입기간과 수령기간이 동일하다면 현재 00만원은 38년 뒤 00만원을 받아야 적당할까. 연 2% 수준 물가상승률과 상품 대조군을 예‧적금으로 비교했을 때 대략 2배는 아쉽고, 3배는 괜찮다.
수익률을 떠나서 연금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이 돈을 쓰지 않고 모을 수 있었을까? 그렇다. 사실 보험은 이게 제일 중요하다. 강제성으로 인해 그동안 보험회사에 맡겨놓은 돈을 추후에 예‧적금보다 조금 더 나은 수익률로 받는 셈이다. 이 핵심을 기억하고 내 투자성향을 고려해 적절한 금액만큼 연금에 가입하면 된다. 복잡해서 잘 모르겠다면 일단 월 10만원 10년납 변액연금에 가입하고 잘 유지하면 적어도 보험료가 많다고, 납입기간이 길다고, 수익률이 낮다고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