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전으로 되돌려드립니다”

[인터뷰] 벨포코리아 서지몽 대표 화재, 침수 등 재해 복구 전문기업 철거, 청소, 복구 등 원스톱 서비스 보험사 협의해 손해경감 작업 진행 “고객의 빠른 일상 복귀 지원할 것”

2023-07-06     박형재 기자

# 대기업 A화학 연구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2층이 전소되고 1층 장비가 그을음 등에 오염됐다. 손해규모가 80억원으로 추산되고 신규 장비 발주시 1년의 기간이 필요했다. 벨포코리아가 약 6억원의 비용으로 170여개 정밀기계를 6개월만에 복구해 사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 지방자치단체 B시는 대규모 체육대회를 70여일 앞두고 종합운동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통신과 전기, 기계 및 소방설비가 마비되고 300대 규모 지하주차장 이용이 금지됐다. 벨포코리아는 건축공사, 기계설비, 전기공사 등을 동시에 병행해 66일만에 1만1587㎡ 면적을 복구했다.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지고 B시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화재, 침수, 홍수 등 불의의 사고에 대응해 전문적인 재해 복구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있어 주목된다. 벨포는 뛰어난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의 시간을 사고 전으로 되돌려주는 기업’이다. 미국 911테러, 허리케인 카틀리나 피해 복구 등 굵직한 프로젝트들이 모두 벨포의 손을 거쳤다. 특히 보험사와 협업해 사고 즉시 현장을 방문하고 피해 경감에 앞장서고 있다. 벨포코리아 서지몽 대표를 만나 재해 복구 프로세스 전반을 들었다.

벨포코리아에 대해 소개해달라.

벨포는 세계 최대 재해 복구 서비스 기업이다. 1979년 독일 알리안츠와 뮤니크리에서 글로벌 클레임을 서포트하기 위해 시작했다. 이후 미국 911테러와 허리케인 카틀리나 피해를 성공적으로 복구하며 인지도가 크게 상승했다. 지금은 전 세계 500여개 지사를 운영하며 연간 35만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벨포코리아는 2016년 12월 설립해 재해 복구와 생산‧연구장비 복구, 시설 유지 관리 서비스 등을 수행하고 있다. 건설업 면허까지 획득해 다른 업체와 달리 철거, 청소, 복구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재해 복구 프로세스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다.

벨포코리아의 재해 복구 서비스는 재해 당사자가 보험사에 사고를 신고한 순간부터 시작한다. 보험사나 손해사정사가 저희에게 현장조사를 요청하면, 즉시 출동해 재해 정도를 파악하고 복구 가능 범위와 대상을 추려낸다.

이 과정에서 장비나 기기의 추가 손상이 우려되면 보험사 및 피보험자와 협의해 손해경감 작업을 실시한다. 화학약품과 전용 장비 등으로 부식 진행 및 확산을 방지하는 작업이다. 이후 피해 복구에 동의하면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한다. 건물 잔해 철거와 손해경감 작업을 시작으로 재해가 발생한 공간에 있는 모든 건물과 장비, 기기를 복구한다.

저희 특징 중 하나가 건축물부터 장비까지 모두 복구 가능하다는 점이다. 시설 복구와 장비 복구를 분리해서 맡기지 않아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복구하므로 신속하고 효과적이다. 복구 작업을 완료하면 검수와 시운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작업 완료 보고서를 작성하여 고객사 컨펌을 받는다. 고객사가 만족하면 복구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1년간 품질을 보증한다.

재해복구 골든타임이 있나?

통상 화재사고가 발생하면 연기로 인한 염화물 오염이 일어나고 화재 진화에 사용된 방화수로 습도가 높아져 부식이 생긴다. 진화 후 1주일 이내에 부식이 발생하므로 골든타임을 통상 재해 발생 후 3일이라고 간주한다.

사고 3일 이내 복구 작업에 착수하면 피해 복구율이 60%에 육박한다. 늦어도 7일 이내에 손해경감 작업을 진행해야 장비들을 살릴 수 있다. 복구 가능성과 복구율은 현장 상황과 원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벨포 전문가들이 직접 확인해야 정확하다.

보험사와 협업해 재해를 복구하는 게 흥미롭다. 그런데 보험계약자 입장에선 보험금 받아서 새 기계를 구입하는 것이 복구 제품 사용보다 더 이득이 아닌가?

보험사와 보험계약자가 협의할 때는 자산의 현재 가치, 보험 계약 조건, 보험 계약 보장 범위 등 고려할 사항이 많다. 만일 1000억원 규모 데이터센터에서 불이나 자산 절반이 피해를 입었다면 보험 계약자는 500억원만큼 보험금을 받을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손상된 장비의 보상 금액을 따질 때 전손이 아닌 장비들은 손해사정사가 손상된 부분을 판단해서 보상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즉, 100억원의 보험금은 새 기계 구매대금이 아니라 손상이나 손실 커버 비용일 수 있다.

물론 보험금을 받아서 새 기계를 구매하고 싶어하는 피보험자도 있다. 그런데 만약 기계를 새로 발주해서 받는데 몇 개월이 필요하거나 주문 제작 장비라 재주문이 어렵다면 당연히 손상된 장비라도 복구해서 사용하고 싶을 것이다. 제품의 납품 일정이 있어 이를 어기면 배상금을 물어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비즈니스가 원활하게 운영되는 사업장일수록 가능한 빠르게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비즈니스 재개를 희망하므로 시간이 중요하다. 또한 일반적으로 새로운 기계나 장비 구입비보다 복구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 시간도,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면 복구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비즈니스 타깃은 어떤 기업인가.

재해와 관련된 분들이라면 우리는 누구와도 소통한다. 재해를 겪은 비즈니스 주체는 물론, 재해 당사자인 피보험자의 사고 여파를 줄이려는 보험사와 손해사정사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벨포코리아는 전문적인 재해 복구 서비스를 통해 고객사들이 가능한 빠르게 원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주요 피해복구 사례도 들려달라.

공기업 C는 지난해 집중호우로 건물 주차장이 침수됐다. 수압으로 인해 지하 1~3층이 물에 잠기고 기계실, 정비실 등이 모두 망가졌다.

벨포코리아는 복구 방법을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각 단계별 소요시간을 계산해 전체 공정표를 제시했다. 배수펌프로 물을 퍼내고, 전기‧온수시설을 복구하며, 엘리베이터를 가설하고, 장비를 구입하는 등 복구 프로세스를 동시에 진행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고객사가 요청한 목표를 수행하는데 그치지 않고,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제안하고 실시해 공사 완료 후의 고객사 환경까지 고려했다.

자동차부품제조사 D는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자동차부품 생산용 금형 1800여개가 모두 부식됐다. 사고 직후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계약자, 원수보험사, 재보험사 등이 모여 협의 끝에 복구하기로 결정했다. 피해수준별 구역 분류, 모듈 및 장비 분해, 세척 및 건조, 조립 및 테스트 등을 거쳐 금형 전체를 복구하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벨포코리아의 기술력이 돋보였다. 만일 전통적인 방식으로 금형의 녹을 떼어내고 글라인더로 갈아내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스크레치가 남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초음파‧케미컬세척 공정’을 통해 제품을 자체 제작한 대형 수조(Bath)에 넣어 초음파 진동으로 부식을 제거했다. 이를 통해 금형 재조달비용의 5% 수준으로 복원을 완료했다. 금형 제작비용은 개당 2000만원 정도로 재도달비용은 약 360억원이지만 복구비용은 18억원에 불과했다.

벨포코리아가

초음파 배스로 시간을 단축시켰다니 흥미롭다. 다른 복구 기술은 무엇이 있나?

벨포코리아는 자체 개발한 약품과 오염 제거 장비를 사용한다. 부식 제거제, 보호 물질, 클리닝 약품들은 벨포만의 특수 기술을 이용해 만든 화학약품이다.

특히 벨포 독일 R&D센터에서 복구에 필요한 화학 물질들을 연구하고 실제 현장에 효과적인 장비들을 개발해 제품화한다. 오염 확산을 막는 쉬링크랩(Shrink-wrap)이나 그을음 제거 필름(Soot Removal Film), 자체 개발한 초음파 배스, 진공 챔버 등이 대표적이다.

쉬링크랩은 강력한 방수 방풍벽을 만드는 기술로 오염구역과 비오염구역을 분리시켜 교차오염을 방지한다. 신속한 시공이 가능해 몇시간 만에 지붕 및 벽에 원하는 형태와 크기로 만들 수 있다.

그을음 제거 필름은 단순클리닝으로 화재그을음 제거가 어려운 경우, 필름을 분사하면 고형화되는 과정에서 그을음과 오염물을 흡착하는 방식이다. 일정시간 후 필름을 벗겨내면 사고 이전의 상태로 복원된다. 이밖에 다양한 약품과 장비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갖췄더라도 결국 사용하는 건 사람이다. 벨포코리아는 건축 시공기술사, 기계설비 기술사, 미국 전기기술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을 보유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들의 기술 이해도는 일반적인 복구 회사들과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앞서 설명한 금형 복구 작업이다. 이는 금형을 분해한 뒤 내부 코어에 잔존하는 오염을 제거하고 다시 조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금형을 이해하는 전문가만 복원 가능하다. 세척 단계에 필요한 초음파 배스도 4~5개가 필요하고 각 단계마다 세척 방법이 다르므로 기술력 없이는 작업이 불가능하다. 우리처럼 전문가들이 아니면 복구하지 못하는 일들이 현장에 상당히 많다.

벨포코리아

글로벌 벨포에 대해서도 소개해달라. 벨포코리아와 관계는 어떻게 되나?

글로벌 벨포는 전 세계 벨포 지사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곳이다. 각국 벨포는 각자 쌓은 노하우와 경험을 서로 공유하고 레버리지하는 방식으로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함께 고민한다. 특히 아시아는 국가간 긴밀하게 협력하여 기술적인 정보나 프로세스는 물론 인적 자원도 지원한다.

얼마 전 대만 기술자들이 한국 현장에 투입됐고, 반대로 저희가 일본 현장에 투입되기도 했다. 이처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특히 독일에 있는 R&D연구소가 특별하다. 이곳은 우리가 현장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복구 작업이 있으면 적절한 약품을 보내준다. 또한 화재나 침수 원인 규명이 필요한 경우, 현장 샘플을 전달하면 성분분석을 통해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

재해 현장을 다니다보면 안타까운 상황들이 많이 있다. 대형 건물임에도 설비가 부족해 큰 사고로 번지는 경우들이다. 난연, 내화, 재질, 자재 등을 제대로 썼더라면 30~40분은 버텼을텐데 순식간에 화재가 번져서 인명피해가 났다. 그을음이 왜 넘어갔을까, 올라가서 뜯어보면 실별로 차단이 안돼있거나 설계도와 다른 곳들이 많다.

벨포코리아는 화재, 침수 등 재해 복구 업무가 주력사업이다. 그런데 워낙 많은 건물을 살펴보고, 현장을 다니다보니 온갖 사고를 경험하고 이를 막는 방법도 터득했다.

앞으로는 재해복구 뿐만 아니라 방재 전문기업이 되고 싶다. 방재 컨설팅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사고율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그동안 사고 후에 집중했다면, 사고 전까지 초점을 맞춰서 재해 전반에 대한 토탈 솔루션 기업이 되고자 하는 바람이다.

벨포코리아는 아직 ‘복구’라는 개념이 낯선 한국에 진출한 유일무이한 글로벌 회사이자, 재해 당사자들의 지속적인 운영을 그들보다 더 신경 쓰는 회사이다. 폐기와 철거 대신 복구를 권장하는, 기업 활동 자체가 ESG인 회사이기도 하다. 앞으로 행보에 많은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 [한국공제보험신문=박형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