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談] 네‧카‧토와 보험다모아
[보험談]은 보험업계의 숨은 이야기를 다루는 코너입니다. 보험상품 개발 비하인드부터 각종 카더라 통신까지 보험업계 여러 담론(談論)과 아주 사소한 이야기들, 때로는 보험사들이 민감한 험담(險談)까지도 가감없이 전달한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습니다. |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도입 움직임을 바라보는 손해보험사들의 심기가 불편합니다. 어떻게든 막으려고 했던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이 포함되는 게 유력해졌기 때문인데요. 사실 이를 추진하는 금융당국 입장에선 이게 핵심 중에 핵심인지라 절대로 양보할 수 없었던 부분이기도 하죠.
제도의 취지를 생각해보면 간단합니다. 플랫폼 금융서비스 발전을 위한 규제 완화의 측면도 있지만, 소비자의 편리한 디지털 금융생활 지원이라는 목적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보험이 필요한 소비자가 포털 사이트에서 각 보험사의 상품을 손쉽게 비교해보고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거죠. 의무 가입인 데다 1년마다 갱신해야 하며, 보장 내용도 비슷한 자동차보험은 그런 점에서 이 제도에 가장 안성맞춤인 겁니다.
손해보험사들은 막강한 인프라를 갖춘 빅테크기업으로의 종속을 걱정합니다. 소비자들은 점차 편리한 포털을 찾을 거고, 기존엔 발생하지 않았던 비용(수수료)도 늘어나겠죠. 향후 다이렉트 채널이 완전히 잠식된다면, 우월한 위치에 선 빅테크기업이 수수료를 대폭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하나의 사이트에서 모든 회사의 자동차보험료를 비교해볼 수 있다면 참 편리할 거란 생각을, 손해보험사들은 하지 못했을까요?
2015년 11월에 출범한 보험다모아라는 게 있습니다.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이란 모토로, 비교적 간단한 구조의 보험상품을 안내합니다. 당시 금융위원회가 주도한 ‘금융개혁 핵심과제 핀테크’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추진됐죠. 소비자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보험사들의 사업비를 절감하고 보험료 인하를 도모한다는 취지로요. 지금 빅테크기업에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허용하려는 목적과도 유사하네요.
그런데 이 보험다모아는 활성화되지 못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죠. 기본적인 홍보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고 실질적인 원스톱 서비스 제공도 아니었거든요. 시스템은 이렇습니다. 소비자가 보험다모아를 검색해 들어간 후 차량과 운전자 연령 등 필수 정보를 입력하고 원하는 보장을 선택하면 보험사별 예상 보험료를 보여줍니다.
문제는 다음입니다. 가장 저렴한 손해보험사를 클릭하면 그 회사의 홈페이지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이미 입력했던 정보, 원하는 보장을 다시 한번 넣습니다. 그렇게 산출된 보험료는 보험다모아에서 봤던 것과 차이가 있고, 가입을 진행하려 하면 이유조차 알려주지 않고 거절하기도 하죠.
보험연구원은 2016년 2월 ‘보험다모아의 평가 및 개선방안’이란 이름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여기서도 그런 문제점들을 거론했죠. 원스톱 서비스 결여, 가격 비교기능의 실효성 의문, 온라인 플랫폼을 확장하려는 유인 결여 등이요. 그러면서 보험다모아가 실질적인 소비자 채널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상품 비교부터 가입까지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 구현과 직관적인 검색조건 분류, 다양한 니즈에 맞출 수 있는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무려 7년도 더 전에 말이죠. 그러나 개선된 건 없었고, 결국에는 빅테크기업에 자리를 내주게 된 겁니다. 비싼 수수료까지 부담하면서요.
손해보험사 입장에선 비용도 비용이지만, 언더라이팅에 대한 부담도 커질 겁니다. 사실 손해보험사들이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에 주력하는 데는 우량물건만 골라 받기 쉽다는 점도 있거든요. 보험다모아가 알려주는 보험료와 실제 보험료가 달라지고, 이유도 알려주지 않은 채 가입을 거절하는 것도 그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죠.
포털을 통해 안내되는 보험료는 정확할 겁니다. 자기차량손해 담보 같은 세부 특약의 선택 유무로 인수 여부가 달라지지도 않을 거고요. 만약 보험다모아에서 나타나던 문제가 발생한다면 소비자 민원은 포털로 향할 테고, 포털 차원에서 손해보험사에 어떤 불이익을 줄 수도 있겠죠. 이를테면 일정 기간 검색이나 노출 제한 같은 거요.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만약 보험다모아가 제대로 운영됐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금융위가 이렇게 강한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소비자 편의를 내세우며 플랫폼에서의 비교‧추천 서비스 도입을 밀어붙일 이유도 없었을 겁니다. #보험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