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협회 분심위, 전문 변호사는 세 명뿐

보험사 추천 50인 중 손해배상, 보험,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3명 자격 요건은 변호사 경력 3년 이상…사실상 보험사 추천이 좌우

2023-03-08     이재홍 기자
손해보험사들의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손해보험협회가 운영 중인 자동차사고 과실분쟁심의위원회(이하 분심위) 위원 중 해당 분야와 관련된 전문 변호사는 세 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사고 과실비율 산정 위원의 전문성 확보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분심위는 자동차사고로 발생한 과실분쟁을 심의하는 법률 전문 단체다. 손해보험협회는 지난 2007년부터 50명의 변호사로 구성해 운영 중이다. 무분별한 법정 소송을 줄여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데 목적이 있으며, 근래에는 대법원도 분심위 결정 효력을 인정하는 등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위원 선정의 투명성에 관한 문제가 제기됐다. 관련 규정인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분쟁 등의 심의에 관한 상호협정(이하 상호협정)’에서는 위원 선정 시 협정회사(손해보험사) 및 참가 기관의 추천 또는 일반 공모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일반 공모는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전원 손해보험사의 추천으로만 선정해온 것이다. 

황운하 의원은 “일반적으로 손해보험사의 과실비율 판단에 불복한 운전자들이 분심위를 찾는데 특정 보험사가 추천한 위원이 그 사건을 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과실비율

실제로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손해보험협회에 대한 검사를 마치고 경영유의사항 3건, 개선사항 7건을 통보했다. 

여기에는 분심위가 과실비율 판단 기준을 준용하면서 ▲자신들의 과거 판단 결과 및 분쟁 당사자가 제기한 소송으로 변경된 과실비율을 반영하지 않은 점 ▲분심위 위원이 해당 심의 청구건에 이해관계가 있는지 따지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점 ▲일반 공모를 통해 선정할 수 있는데도 협정회사(손해보험사) 추천을 통해서만 선정한 점 등이 이유로 작용했다.

금감원 측은 “분심위 위원 구성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가 미흡해 분심위의 공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손해보험사들이 해당 위원을 추천한 근거도 미약하다. 공식적으로 위원이 될 수 있는 자격요건은 ▲변호사법에 규정된 변호사로서의 결격사유가 없는 자 ▲판사 또는 검사로 재직한 경력이 있거나 변호사 직무를 3년 이상 수행한 경력이 있는 자 두 가지뿐이다. 

사실상 3년 이상의 변호사 경력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 손해보험사의 추천을 받았다는 점 외에 해당 업무 수행을 위해 중요한 교통사고나 보험, 민사 분야에 관한 별도의 전문성 검증은 없는 셈이다. 

손해보험협회가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는 지난 2009년부터 분야별 전문 변호사 등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법조경력 3년 이상은 물론 최근 3년 내 등록하려는 전문분야 사건을 일정 건수 이상 수임하고, 신청 전 3년 내 변협이 인정하는 연수 또는 전문분야 관련 교육도 14시간 이상 이수해야 한다. 또 이러한 조건을 충족해도 신청 후 엄정한 심사를 거쳐야만 취득할 수 있다. 

이 중 분심위 업무와 밀접한 분야로는 교통사고, 손해배상, 보험, 민사 등이 있다. 현재 810명(교통사고 67명, 손해배상 209명, 보험 91명, 민사 443명, 신 분류 기준)의 변호사가 여기에 등록돼 있다.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한문철 변호사 역시 변협이 인증하는 교통사고 및 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다. 

그런데 정작 분심위 위원 50인 중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두 명뿐이다. 손해배상과 보험까지 키워드를 넓혀도 세 명에 불과하다. 모든 분야를 포함하면 7인의 변호사가 전문 변호사로 등록돼 있으나 재개발과 재건축, 환경, 건설, 부동산 등 교통사고 과실비율 산정과는 무관한 영역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꼭 전문 변호사만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교통사고 과실분쟁 심의를 전담하는 위원을 선정하는데 50명 중 3명이라면 확실히 적은 수치”라며 “또 손해보험사들이 추천했다는 점과 오히려 과실 산정과 거리가 먼 분야의 전문 변호사들이 더 많다는 건, 실제 위원들의 역량은 논외로 하더라도 외부에서 보기엔 충분히 분심위 구성에 의혹을 가질 수 있을 만하다”고 평했다.

한편 손해보험협회는 오는 9일까지 분심위 위원 지원서를 접수한다. 지난해 국회에서의 지적 등을 계기로 사상 첫 공모를 진행하는 것이다. 새로운 분심위는 올해 5월 13일부터 2025년 5월 12일까지 2년간 과실비율 산정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