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조합 독점 시장에 은행이 들어왔다

공제조합 vs 은행, 다단계판매업계의 선택은? 은행, 자유로운 상품구성 및 적은 규제 공제조합, 소비자피해보상 관련 안정성↑

2023-02-22     홍정민 기자

[한국공제보험신문=홍정민 기자] 지난해 다단계판매업계 중 처음으로 직판조합, 특판조합이 아닌 은행과 채무지급보증 계약을 체결한 곳이 등장했다. 이후 은행과 계약을 체결하는 곳이 나타나면서 업계에서는 조합과 은행 중 이해득실을 따져 가입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방문판매업에 따르면 다단계판매업자 및 후원방문판매업자 등록을 원하는 경우 소비자피해보상을 위한 보험계약, 채무보증계약, 공정거래위원회의 인가를 받아 설립된 공제조합과의 공제계약 중 하나를 체결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지난 20여년간 다단계판매업체는 직접판매공제조합이나 특수판매공제조합에 가입해 소비자피해보상보험을 이용해왔다. 은행과 보험사에서 다단계판매업체는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해 보험계약과 채무보증계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4월 우리커머스에서 신한은행과 채무보증계약을 체결했으며 같은 해 12월 뉴유라이프도 신한은행과 채무보증계약을 체결하며 다단계판매업체로 등록했다.

공제조합의 경우 신규 다단계판매업체와 공제계약을 맺을 경우 자본금 진단서류 등 서류 제출 후 심사과정을 거친다. 자본금 5억원 진단에 대한 적정성을 확인하고 방문실사, 심사위원회 심의 등을 통해 사전위험성을 철저하게 선별한다.

공제조합은 계약 체결 후에도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엄격한 관리감독을 통해 업체에서 불법행위를 했을 때 시정을 요구하고 이행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해 상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조치하고 있다.

반면 은행의 경우 공제규정의 제한을 받지 않아 상품구성도 더 다양하고 공격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담보금도 공제조합은 미래에 발생하는 매출에 대한 담보를 요구하지만 은행은 현재 발생하는 매출에 한해서만 담보하면 되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 부담이 적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의 채무지급보증의 경우 방문판매법에서 요구하는 규정안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상품 규제도 없고 자유로운 부분이 있어 매력적”이라며 “다만, 아직까지 은행을 이용하는 업체가 별로 없어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면 관리 노하우가 쌓여있는 공제조합에 비해 은행은 자격미달 업체를 걸러내는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제조합과 계약을 맺은 업체들은 매출에 대한 실시간 체크가 가능해 공제사고에 대한 사전 예방이 가능하지만, 은행은 업체에 대한 별도 관리절차가 없고 매출 현황을 확인할 수 없어 소비자피해가 발생하면 보상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신한은행과 채무보증계약을 체결한 뉴유라이프는 3년전 국내에서 공제조합에 가입하지 못한 채 무등록 다단계판매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다단계판매업계 최대 이슈는 소비자 피해 예방과 부정적인 인식 개선인데, 은행이 이런 부분에서 잘 할지 모르겠다”며 “그래도 업체 입장에선 공제조합 외에 보험가입 선택지가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다. 은행이 시장에 연착륙할지, 손해만 보고 물러날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