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공에 무슨 일이?

국토부 소송 패소, 사업확장 제동 부이사장, 기획부장 등 핵심인물 좌천 ‘건설하도급보증서’ 발급, 하도급법 위반 논란도

2023-02-02     박형재 기자

[한국공제보험신문=박형재 기자]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에 패소하면서 사업범위 확장에 제동이 걸렸고, 내부 핵심인물들이 권력분쟁으로 좌천되는 등 내우외환에 빠졌다. 엔공을 둘러싼 이슈 3가지를 짚어봤다.

소송 패소, 사업확장 ‘먹구름’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이하 엔공)은 지난 17일 국토부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는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한 행정지도는 국토부 고유 권한”이라며 원고(엔공)의 주장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엔공은 2021년 7월 국토부에 20억6449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내용은 국토부가 2020년 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국토부 산하 16개 공공기관에 발송한 공문이 부적절하며, 이로 인해 엔공이 업무상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당시 국토부는 “엔공의 건설보증 업무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국토부 산하 기관 발주시 엔공의 보증을 받지말라고 행정지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엔공은 국토부의 보증제한 조치로 23억원 이상의 금전적 손실이 발생했으며, 조합 신뢰도 하락으로 기존 보증이 취소되고 신규 보증이 막히는 등 조합원 불편을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사실 국토부 행정지도는 엔공이 건설보증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면서 건설공제조합, 전문건설공제조합 등 국토부 산하 공제조합과 마찰을 빚자 이에 대응하는 성격이 강했다.

건설보증은 일종의 의무보험으로 국토부 산하 조합들이 건설산업기본법을 근거로 관련 상품을 취급해왔으나, 엔공이 10여년 전부터 보증시장에 진출하고 사고율이 낮은 대기업 건설사 위주로 싼 가격에 보증상품을 제공하면서 업역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공제 근거법(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을 폭넓게 해석해 건설보증 시장에 뛰어들었던 엔공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공제업계 관계자는 “엔산법은 설계와 건설 분리가 불가능한 턴키(설계·시공 일괄 진행) 사업에 한해서만 시공 보증을 인정하고 있는데, 엔공은 이를 광의로 해석해 건설 보증시장에 진출해왔다”며 “이번 판결은 건설과 엔지니어링의 업무영역을 구분짓고 국토부의 관리감독 권한을 인정한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1심 판결로 인해 엔공의 보증·공제 제공 범위는 당분간 설계와 감리 등 엔지니어링 분야로 제한될 전망이다. 엔공은 현재 법무팀에서 대응방법을 논의 중이며, 항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판결에 대해 엔공 관계자는 “조합이 제기한 소송의 쟁점은 국토부와의 업역 다툼이 아닌 공무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으로 피고는 국토부가 아닌 대한민국 정부다. 소송결과 또한 공무원의 행정지도가 산하기관에 대한 구속력이 없어 대한민국 정부는 EGI에 대한 손해배상의무가 없다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 제34조제2항1호 엔지니어링활동의 해석과 관련하여 국토부가 주장하는 순수건설공사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판단하지 않았고 조합의 보증서 발급은 국가계약법 및 지방계약법에 따른 합법적인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핵심인물 물갈이, ‘하도급보증’ 논란

이번 패소로 엔공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최근 일부 인사가 불명예 퇴진한 가운데, 소송 패소라는 악재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엔공은 지난해 말 A이사장과 B부이사장이 권력 분쟁을 벌여 B부이사장이 퇴사하고 그의 측근인 C기획본부장과 D기획부장이 각각 부산출장소와 고객지원부로 좌천되는 일이 벌어졌다.

B부이사장은 보험사 출신으로 엔공의 공제보험 및 재보험을 주관하고, 스카이밸리 골프장 인수 등 굵직굴직한 사업을 주도해 사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인물로 평가된다. 게다가 작년 2월 전무에서 부이사장으로 승진해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갑자기 퇴사를 결정해 공제업계에서 상당한 파문이 일었다.

C기획본부장과 D기획부장 역시 엔공에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로 기획 파트에서 상당한 성과와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이들이 한꺼번에 퇴사 혹은 좌천되면서 그 이유를 두고 각종 의혹과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엔공과 경쟁하던 건설 관련 공제조합들도 이번 판결을 계기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계획이다. 엔공이 건설 보증‧공제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면서 출혈경쟁이 심화되고, 심지어 ‘위법 영업’을 시도한 적이 있는데 이를 이슈화하겠다는 것이다.

모 공제조합 관계자는 “엔공이 ‘건설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을 위법하게 발급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증거를 수집해놓은 상황”이라며 “건설 관련 공제조합들과 함께 대응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귀띔했다.

현재 ‘건설하도급대금지급보증’은 관련 법률(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3조의 2)에 따라 발급기관이 지정돼있다. 전기공사공제조합, 정보통신공제조합 등 지정 기관이 아닌 엔공이 보증서를 끊어주는 것은 법 위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엔공은 건설 업체에 대한 하도급보증서를 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도급법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엔공 관계자는 “C기획본부장과 D기획부장의 인사이동은 순환보직 원칙에 따른 정기 인사이며, 세간의 의혹들 역시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우리 조합의 하도급대금지급보증서 발급은 기존조합원의 하도급보증 발급 요청에 따른 것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법률개정 전까지는 발급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