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폭풍에 방카슈랑스도 ‘들썩’

보험업계, 확정 고금리 저축보험 앞다퉈 출시 은행업계, 점포당 2명 판매인 제한 폐지 건의 증권업계, 방카슈랑스 판매 비중 규제 유연화 네이버‧카카오‧토스, 빅테크업계 등장이 변수

2022-10-24     이재홍 기자
고금리가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방카슈랑스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기존 플레이어들은 활발하게 움직이며 관련 규제 완화를 바래왔지만, 네이버와 카카오 등 후발주자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방카슈랑스는 은행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Banque’와 보험을 의미하는 ‘Assurance’의 합성어다. 은행을 비롯해 일정 자격을 갖춘 금융기관이 보험사의 대리점 역할(금융기관보험대리점)을 하며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는 지난 2003년 하반기부터 도입됐다. 지난해 기준 은행과 증권사, 카드사, 저축은행, 농업협동조합 등 1241개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이 이를 취급하고 있으며 소속 보험설계사는 17만7173명(전체 설계사 중 28.4%)에 달한다.

보험사, 저축보험 신상품 ‘러시’

보험업계는 방카슈랑스시장을 겨냥한 신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확정이율을 높인 저축보험이 그것이다. 불과 5개월 전에는 3%대 상품 출시만으로도 화제였으나 최근에는 4%가 넘는 상품들도 쏟아졌다. 여기에 IBK연금보험이 오는 24일부터 5.3% 저축보험을 판매한다고 밝히며 더욱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보험사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이다. 거둬들인 보험료를 활용해 높은 운용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확정이율을 높게 잡더라도 자금을 유치하는 동안 그 이상의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또 고금리는 보험사들의 후순위채권 발행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필요한 자본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높은 채권금리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것보다는 만기를 5년 내로 설정한 저축보험 판매를 통해 짧은 기간 융통하는 편이 리스크가 적다. 

한편 방카슈랑스시장이 활기를 띄면서 금융기관보험대리점들은 관련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음에도 합리적이지 못한 규제들이 가로막고 있다는 이유다.

은행권, 점포당 2명 판매인 제한 풀어야

은행권에서는 판매인수 제한을 개선 과제로 꼽는다. 현행 규정상 은행은 점포당 2인의 보험상품 판매인만 두고 방카슈랑스를 운영할 수 있다. 이는 은행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경우 보험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보험설계사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져 상품의 중요한 내용을 알리지 않는 불완전판매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은행의 방카슈랑스 담당 직원 역시 시험을 통해 보험설계사 자격을 취득하고 필수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근거도 없을뿐더러 실제로 방카슈랑스에서의 불완전판매 비율은 다른 판매채널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것이 은행권의 주장이다.

또 이러한 규제가 상당한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보험사들이 고금리 확정형 저축보험상품을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문의도 많았지만, 점포당 2인에 불과한 인력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증권가, 판매비중 규제 완화 필요

증권업계는 모든 금융기관보험대리점에 동일하게 적용된 판매비중 규제(25%룰)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5%룰은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이 판매하는 1개 보험사 상품의 모집액이 신규로 모집하는 상품 총액의 25%를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일부 대형 보험사나 은행을 계열사로 둔 금융지주 소속 보험사에 의한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증권업계가 해당 규정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하는 데는 은행에 비해 미미한 점유율 문제가 있다. 전체 방카슈랑스 실적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99% 이상이며 증권사의 경우 채 0.5%가 되지 않는다. 증권업 특성상 투자형 상품을 선호하는 고객층이 대다수기 때문이다.

문제는 99% 이상을 점유한 은행과 같은 규정을 적용받다 보니 증권사로서는 이 25%룰을 지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애초에 증권사를 통해 보험에 가입하려는 수요가 많지 않은데 한 건을 판매하려면 유사한 규모의 다른 계약 4~5개 판매를 병행해야 하는 셈이다.

보험업 뛰어든 빅테크기업이 변수

보험업계 역시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그러나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기업의 등장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금융당국이 허가한 것은 빅테크기업들이 온라인플랫폼을 통해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추천해줄 수 있는 방식이다. 판매처까지 링크 형태로 제공할 수 있다. 네이버 파이낸셜은 최근 그 첫 번째 서비스로 여행자보험을 선택하고 5개 보험사(롯데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그런데 네이버와 카카오, 토스는 모두 보험대리점(GA)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 계열사로 NF보험서비스를,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의 자회사로 KP보험서비스를 가지고 있으며 토스 역시 토스인슈어런스를 운영 중이다. 비교‧추천 서비스로 시작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보험 판매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보험업계는 막강한 인프라와 영향력을 갖춘 빅테크기업에 종속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방카슈랑스 규제를 온라인플랫폼에도 동일하게 적용하자는 주장이다. 빅테크기업이 자회사나 특정 보험사, GA를 밀어줄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자는 것이다.

결국 진퇴양난이다. 방카슈랑스시장의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완화가 필요하지만, 빅테크기업의 보험 판매까지 가능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들을 견제하려면 규제를 유지해야 하는 셈이다. 법적 형평성을 고려하면 방카슈랑스에 대한 규제만 풀기는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