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낚시질, 보이스피싱
[2030 보험라이프]
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고라니] 구제금융을 다루는 우리 회사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주로 방문한다. 사업에 실패하거나 큰 병으로 실직한 분들, 주식과 코인 투자에 실패한 사람들도 많다. 안타깝지 않은 사연은 하나도 없지만, 유난히 마음 아픈 건 보이스피싱에 당한 경우다.
궁박한 사정을 이용한 대출사기, 어린 자녀들의 납치를 가장한 금전 갈취 등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절로 분노가 치민다. 그나마 갖고 있던 돈만 빼앗겼다면 다행이다. 신용대출에 카드론, 심지어 전세 보증금이나 자동차 담보 대출을 최대로 받고 당한 분들도 있다.
가까운 친구도 보이스피싱에 당한 적이 있다. 검찰을 사칭하는 전형적인 범죄였다. 1000만원 정도 피해를 보았는데,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이름과 생일, 집주소를 말하며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고 몰아치니 순간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상대방 카톡 프로필엔 자녀들로 보이는 아이들이 일상사진과 가족사진이 등록돼 있었다고 한다.
돌아보니 스스로가 너무 멍청했던 것 같다며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책한다. 범죄자에게 분노하기보다 피해자가 스스로를 비난하게 만드는 게 보이스피싱 범죄의 무서운 부분이다.
보이스피싱은 날이 갈수록 진화해 단순히 전화로만 작업을 걸지 않는다. 그럴싸한 문자를 보내 악성코드를 심고 원격제어하며 경찰, 금감원에 전화해도 범죄조직으로 연결되도록 세팅하기도 한다.
신종 수법이 유행하면 부모님께 연락드려 조심하시도록 당부하곤 한다. 점점 예전의 냉철함을 잃어가는 부모님이 보이스피싱의 타겟이 될까 우려돼서다. 내 핸드폰이 고장 나거나 급한 일이 생기면 반드시 전화로 드릴테니, 절대 돈을 보내달라는 문자에 속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몇몇 보험사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했을 때 일부 금액을 보장해주는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부모님의 보험에 특약으로 넣어드리면 마음이 조금은 놓이겠다 싶지만, 범죄도 개인 돈을 들여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씁쓸하다.
경찰인 친구는 보이스피싱 때문에 업무에 차질이 많다며 하소연이다. 조사를 위해 전화를 하면 보이스피싱으로 오해해서 끊어버리거나 비아냥대고, 쌍욕을 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그래도 친구는 의심하고 조심하는 게 잘하는 거라고 말한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진화하는 만큼 우리 자신도 똑똑해질 수밖에 없다. 내일은 우리 회사에 무고한 피해를 본 사람들이 덜 방문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