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료분쟁 급증, 수의사 보호책 마련돼야
수의사 전문인배상책임보험, 리스크 해소에 역부족 공제조합 설립해 보장내역·보상금액 현실화 필요
# A씨의 반려묘는 2019년 11월 0.4㎝ 정도의 구개열 증상으로 B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이후 병이 재발하자 같은 병원에서 네차례 더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다시 병이 재발하자 2021년 6월 C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전보다 구개열 구멍이 커져 재수술이 필요하자 C병원에 상태 악화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사건을 맡은 한국소비자원은 동물병원 의료진에 대해 위자료 3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를 맞아 동물병원 의료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관련 피해구제 접수건수는 2018년 156건, 2019년 223건, 2020년 209건, 2021년 226건이었다. 진료 횟수에 비례해 의료사고와 분쟁도 늘면서 수의사의 배상책임도 커지고 있다. 이런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수의사 전문배상책임보험’이 등장했지만 보상범위가 한정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전문적인 공제보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수의사 전문배상책임보험 현황
동물병원에서 의료소송이 점차 늘어나자 수의사를 보호하기 위한 의료배상 책임보험이 국내 최초로 등장했다. 지난 2018년 서울수의사회는 업무상 의료행위 관련 수의사회 회원 보호를 위해 KB손해보험과 MOU를 체결했다.
이 상품은 수의사 업무상 의료행위로 인한 민사소송이 발생할 경우 변호사비용, 인지액, 송달료 등 민사소송 법률비용을 보상하고, 수의사에게 제기된 손해배상소송의 판결원금까지 보상해준다. 업무상 민사소송 법률비용과 판결원금은 각각 최대 1000만원까지 보상한다.
KB손보를 비롯 여러 보험사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가입돼 있으며 엄밀히 말하면 수의사 의료배상책임보험이라는 명칭을 가진 보험상품은 아니다. 기존 전문인배상책임에 수의사라는 직종이 포함된 형태로 운영된다.
지난해 메리츠화재는 대한수의사회와 손잡고 수의사만을 위한 전문배상책임보험 상품을 선보였다. 해당 상품은 반려동물 대상 의료 행위 중 수의사의 과실로 인해 사망 또는 치료가 필요한 경우 법률비용 및 그 손해를 보상한다.
보장 내용은 소송이 진행돼 법원의 판결이 확정된 경우 그 판결금을 보상한도액 내에서 보상하고 대한수의사회의 분쟁심의 결과에 따르는 경우 타병원 치료비, 반려동물 분양가격, 위자료(분양가격 50%, 50만원 한도), 장례비(50만원 한도) 등을 보장한다.
보장한도는 1청구건당 500만원이며 연간 총 보상한도는 병원규모(전년도 매출액 기준)별로 50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다.
공제조합 설립해 리스크 해소
수의사 전문배상책임보험이 나왔지만 의료분쟁 리스크를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장내역이나 보상금액이 한정적이라 갈수록 늘어나는 소비자 민원 및 의료분쟁 조정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의사 공제조합을 설립하고, 지금보다 보장내역 및 보상금액을 높인 공제보험을 도입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책임공제조합처럼 공제조합을 설립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실이 있든 없든 사고가 나서 반려동물이 죽으면 소송까지 가더라도 배상금 규모 자체가 몇 십만원 이런 경우가 많다”며 “이에 대해 보험 가입 수요는 일반 의사에 비해 현저히 적기 때문에 지금 당장 전문적인 공제조합을 설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현재 반려동물 의료시장은 일반 의료시장과 비교하면 규모가 약 100배 정도 차이가 난다. 통계청 서비스업 조사 결과, 동물의료시장은 매출규모가 아직 2조원에 못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단계에서는 민간 보험사와 협력하는 형태로 운영하면서 차후 규모를 키워 공제조합을 설립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공제보험신문=홍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