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험료 50% 인상하고 해외연수, 제정신인가
개인택시공제조합, 외유성 해외연수 ‘논란’ 방만경영에 누적적자 657억원, RBC –13% 조합원에 부담 전가 후 떠나려다 국토부 제동
[한국공제보험신문=홍정민 기자] 전국개인택시공제조합이 방만경영으로 2019년 누적적자 657억원, 지급여력비율(RBC) –13%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은 2020년 공제 보험료를 20~50%까지 인상해 적자 폭을 메웠는데, 흑자 전환하자마자 ‘외유성 해외연수’를 추진해 물의를 빚고 있다.
개인택시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장 및 개인택시공제조합 이사장에게 공문을 보냈다.
개인택시공제조합이 제출한 ‘2022년도 조합 운영 예산안’에 대해 국토부가 재무건전성 확보, 예산편성지침, 자동차공제 개선방안 추진실적 등을 고려해 일부 조정해 조건부 승인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공제조합 직원 및 회장, 지부장, 운영위원 등의 해외연수는 구체적인 연수계획(대상국가, 방문기관, 기대효과, 연수일정 등)을 수립해 국토부 승인을 받으라”고 반려했다. 공제조합이 2022년 예산안에 해외연수 예산을 포함시키자 구체적인 내용을 요구한 것이다.
그런데 공제조합이 추진한 해외연수에는 여러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우선 공제조합은 만성적자로 인해 지난 2019년 누적적자 657억원, 지급여력비율(RBC) –13%를 기록하며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구체적으로 최근 8년간 경영수지를 살펴보면, ▲2014년 –68억원 ▲2015년 –97억원 ▲2016년 –154억원 ▲2017년 –173억원 ▲2018년 –360억원 ▲2019년 –349억원 ▲2020년 54억원 ▲2021년 196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다가 2020년 대대적으로 보험료 인상을 단행했다. 조합 본부에서 서울, 인천 등 지역 지부의 경영수지와 사고율, 보상지급기준 등 인상요인을 반영해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까지 보험료를 대폭 인상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20년 말, 경영수지는 54억원 당기 흑자로 전환됐다.
조합 측은 적자 원인으로 “공제 보상지급기준이 인상된 것에 비해 보험료 인상을 억제해왔기 때문”이라며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조합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생존 위기에 내몰린 가운데 보험료가 일방적으로 인상돼 불만을 터뜨렸으나 울며 격자먹기로 보험료를 지불했다.
결국 공제조합은 경영 적자를 보험료 인상으로 손쉽게 조합원에게 떠넘긴 뒤, 흑자로 돌아서자마자 해외연수를 계획한 것이다. 심지어 그 당시는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퍼지며 확진자가 급증하던 상황이었다.
공제조합의 해외연수가 외유성 해외여행으로 의심받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해외 택시 시스템은 대부분 자가용을 활용한 유상운송형태다. 미국, 유럽권에서는 스마트폰 기반의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를 활용한다.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국가 역시 차량공유 서비스 ‘그랩’이라는 어플을 사용한다.
반면 택시 유상운송 시스템이 발달한 국가는 일본과 한국 밖에 없다. 개인택시업계 A관계자는 “해외연수를 일본을 제외한 국가로 간다면 딱히 배울 게 없고, 일본으로 간다고 해도 우리와 시스템이 비슷해 효과가 떨어진다”며 “조합원 보험료를 올려 손쉽게 경영 적자를 해소하고, 이것도 모자라 외유성 해외연수를 계획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공제업계에서는 개인택시공제조합의 해외연수 등의 문제가 일어나는 이유 중 하나로 ‘낙하산 인사’를 꼽기도 한다.
개인택시사업조합이나 개인택시 관련 단체들의 주요 임원진 자식, 친척 등 혈연이 공제조합으로 취직하는 경우가 많아 일탈이 발생해도 눈감아주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개인택시업계 B관계자는 “개인택시 관련 주요 단체장의 아들, 딸들이 공제조합에 근무하는 경우가 있어 이러한 사실을 알아도 강하게 이의제기하기 어렵다”라며 “이런 연유로 국토부 공문을 통해 조합의 해외연수 추진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택시단체들이 비판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개인택시공제조합의 일방적인 독주를 막으려면 대안 공제조합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존 공제조합과 경쟁체제를 구축해 공제상품 개발 및 보험료 인하 등 조합원 서비스 경쟁을 펼치고, 그간의 잘못된 관행을 스스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인택시업계 C관계자는 “공제조합의 문제가 발생해도 이를 해결할 뚜렷한 방법이 없다. 유일한 해법은 대안 조직을 만들어 공제조합을 경쟁시키는 것이다. 조합원 중 일부는 조합을 탈퇴하고 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