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여행은 안녕하신가요?
[2030 보험라이프]
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이루나] 2013년 12월 겨울,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용감하게 허니문 패키지 상품 대신 항공권, 숙소, 기차, 식당 등을 직접 찾아서 예약했다. 이탈리어는 본조르노밖에 모르고, 여행안내서 1권을 들고 떠난 9박 11일간 여행이었다. 두바이를 경유해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에 내렸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더니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로 공항은 무척 붐볐다. 서둘러 짐을 찾고 공항 밖을 나섰다. 호텔은 공항에서 지하철로 3정거장 떨어져 있었다. 짐이 많았기에 택시를 탈까도 했지만, 경비 절감 차 지하철로 향했다.
아내와 나는 각자 트렁크 하나씩을 들고 있었다. 아내가 먼저 지하철에 타자 젊은 이탈리아 남자 3명이 아내를 둘러싸고 짐을 들어주었다. 친절하기도 하지. 나도 서둘러 트렁크를 들고 지하철을 탔다. 그리고 무사히 지하철역에 내렸다. 예약해 두었던 5성급 호텔도 쉽게 찾았다. 고풍스러운 디자인도 매력적이었고 신혼여행을 축하하는 웰컴 와인도 준비되어 있었다. 걱정했던 여행이 순조롭게 잘 풀리고 있다. 로마의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짐을 정리하던 아내가 지갑이 없어졌다고 한다. 아내의 지갑에는 비상금 300유로와 신용카드가 들어 있었다. 가방과 트렁크를 죄다 뒤져봐도 없었다. 혹시 체크인할 때 놓친 것은 아닌지 호텔 프런트도 찾아가 보았으나 모른다는 대답뿐이다. 기억을 되짚어 본다. 지하철. 남자 셋. 낯선 친절. 등골이 서늘하다. 아내가 지갑을 넣어둔 핸드백의 잠금장치는 성인 남자의 손이 충분히 들락날락할 만큼 허술했다.
말로만 듣던 로마의 소매치기다. 신혼여행 첫날부터 당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여권은 트렁크에 따로 보관했고, 나머지 현금은 내가 챙겼다는 사실이다. 부랴부랴 한국에 국제전화를 걸어 신용카드 분실신고를 완료했다. 인생에서 한 번뿐인 신혼여행에서 소매치기라니 찝찝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다. 그토록 아름답던 로마가 삽시간에 미워졌다. 로마 여행기간 동안 가방과 카메라는 앞으로 매고 현금은 숙소 금고에 고이 보관했다. 피렌체, 베니스를 거치면서도 소매치기에 대한 경계심은 가시지가 않았다.
물론 여행자 보험을 떠올리긴 했다. 여행 출발 전 은행에서 유로를 환전하면서 여행자 보험에 자동 가입이 되었다. 보장 내역이 적힌 상세한 보험 안내문도 함께 받았다. 하지만 어딘지도 모르는 현지 경찰서에 찾아가서 도난 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하고 귀국 후에도 번거로운 절차들이 남아 있었다. 빡빡한 신혼여행 일정에 말도 통하지 않는 이탈리아 경찰서를 찾아가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300유로는 그렇게 로마 소매치기 일당의 일용한 양식이 되었다.
최근 가평계곡 살인사건으로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용의자도 해외여행에서 거짓 분실신고로 보험금을 타낸 것이 5건이나 된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대단한 노력이다. 매번 외국의 경찰서에 찾아가 거짓으로 도난 확인서를 받고, 다시 한국에 와서 보험금을 찾는 수고로움을 감내한 것이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보험금을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는 사이코패스로 진화한 것이라는 범죄전문가의 추측도 있었다. 도난을 당하고도 여행자보험을 못 타 먹는 사람도 부지기수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람도 있다니 아이러니하다.
코로나 엔데믹으로 여행객이 급증하고 있다. 몇 년간 미뤄두었던 신혼여행을 이서야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모쪼록 오랫동안 기다리고 설레는 여행이 조그만 실수로 얼룩지지 않도록 여행자 보험을 추천하고 싶다. 단순 도난 사고뿐 아니라 질병 입원, 항공기 결항으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기도 하고, 현지 언어가 익숙지 않은 사람을 위해 24시간 우리말 도움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편리하게 다이렉트 모바일 가입도 지원하는 등 10년 전에 비해 여행자보험도 많이 진화했다. 보험을 악용하는 것은 범죄지만,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은 삶의 지혜다. 여행자 보험을 통해 당신의 여행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하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