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재단, 공제에서 답을 찾다
근로자 목돈마련 및 장기재직 효과… 운영 후 이직율 급감 강원, 일자리안심공제 “사업자 93.9%, 근로자 85.2% 만족” 울산, 사업자부담 ‘0’…고용유지 및 취업·지원사업 추진 경기, 소액대출‧커뮤니티 조성… 지역활성화 기여
[한국공제보험신문=이광호 기자] 강원, 울산, 경기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일자리안심공제’가 인기를 얻고 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2030 청년고용정책인 내일채움공제를 지역 특성에 맞게 변경해 지역 맞춤형 공제상품을 개발‧운영하는 것.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자체 인구감소 및 청년 역외유출,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자체 일자리안심공제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강원, “5년 재직시 3000만원 적립해드려요”
강원도 일자리재단은 ‘강원형 일자리 안심공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근로자가 월 15만원을 적립하면 사업자 15만원, 강원도와 시·군이 20만원을 더해 한 달에 총 50만원을 적립해주는 제도다. 5년 재직시 기업 900만원, 도에서 1200만원을 지원해 총 3000만원의 적립금을 수령할 수 있다. 근로자는 5년(60개월)간 총 900만원만 입금하면 된다.
이 프로그램은 전국 평균 임금과 10% 이상(2017년 기준 월 40만원, 서울과는 월 80만원) 차이나는 강원도의 지역불균형을 해소하고, 소상공인·근로자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강원형 일자리 안심공제는 근로자와 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상생 협력모델을 구축해 호응을 얻고 있다. 2017년 7월 시범시행된 이후, 같은 해 12월 누적 가입자 3000명, 2020년 12월에는 가입자 8000명을 돌파했다.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 가입자는 3410개에 달한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납입금의 330%에 이르는 고수익을 얻을 수 있고, 기업은 장기 재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설문조사 결과 사업자의 93.9%, 근로자의 85.2%가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가입 근로자의 82.4%가 이직 의사가 없다고 답해 이직계획이 있다는 전국 직장인 이직조사 결과 62%(잡코리아, 2021.06.)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2021년 기준 전체 기업 이직률은 6.2%로 나타났으나, 안심공제 가입자 이직률은 1.5%에 불과했다.
강원도 일자리재단은 이밖에도 세무·노무 상담, 건강검진, 상조, 웨딩홀, 숙박 등 근로자와 기업을 지원하는 차별화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1:1 맞춤상담 및 온라인 상담, 구직응원금, 면접날개, 면접활동비, AI 모의면접, 영상촬영 지원, 비대면 면접 지원 등의 고용 지원은 물론, 정기적으로 온‧오프라인 일자리 박람회를 운영 중이다.
강원형 일자리재단 관계자는 “2017년에 시행된 일자리 안심공제는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운영돼 제도적으로 안착된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근로자와 기업을 지원하고, 임금 격차 해소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울산 청년 희망공제, “사업자 부담 없어요”
울산 일자리재단에서는 울산 청년 희망 공제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기혼자에게는 ‘1800만원(근로자 1080만원+지원금 720만원) + 이자’를 적립해 지급하고, 미혼자의 경우 ‘1440만원(근로자 1080만원, 지원금 360만원) + 이자’를 적립해 지급한다. 청년은 한 달에 30만원을 36개월간 납입하고, 시에서는 매월 20만원을 지원한다.
울산 청년 희망 공제사업과 일반 내일채움공제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국가 부담금 여부다.
울산 일자리재단 관계자는 “내일채움공제는 고용노동부 중앙정부예산으로 진행하지만 희망공제사업은 울산시 자체 예산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울산 사업주의 부담은 없고 청년 및 지자체 부담만 6:4 비율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자, 중앙정부, 청년이 모두 일정 금액을 부담하는 내일채움공제사업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사업자의 부담이 없기 때문에 비용 문제로 가입을 꺼리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복지 서비스도 제공하는 강원형 일자리공제와는 달리 울산 청년 희망 공제사업은 금전적인 혜택만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울산 일자리재단은 고용유지 사업 및 취업·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고용유지 사업은 △중소기업 청년 근로자 600명에게 1인당 100만원(50만원씩 2회, 울산페이, 생애 1회 제한)을 지급하는 울산청년 행복 지원사업 △청년을 신규채용하고 고용노동부 청년채용특별장려금 또는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을 지원받고 고용을 유지하는 사업장에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청년채용 장려금 등이 있다.
취업·지원 사업에는 △신중년 사회공헌 사업 △중장년 활력UP 일자리 사업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 △디지털 스마트제조 청년일자리사업 등이 있다. 또한 청년들에게 1:1 취업컨설팅 및 전문가 멘토링 등을 제공하는 취업역량강화 패키지 사업도 진행 중이다.
경기 일자리재단, “소액대출 해드려요”
경기도 일자리재단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소액대출이 가능한 공제의 도입과 커뮤니티 조성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도 일자리재단 관계자는 “초기에는 금융사업을 할 수 있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통해 소액대출을 하려고 했다”면서 “지역 내 협동조합 커뮤니티를 조성해서 공제와 상호부조를 통해 상부상조하는 모델을 만들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행안부 승인이 필요해서 우선은 협동조합으로 작년 11월에 설립했고 추후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변경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지자체와 논의 후 예산 편성이 가능하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제사업을 담당할 수 있도록 규모를 확대하는 것도 구상 중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활동가들이 배달 아르바이트 등을 한시적인 일을 통해 돈을 벌고 있어 소액 대출이 필요한데 일반 금융에는 이러한 서비스가 없다”며 “커피값을 아껴서 공제회를 만들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이 돈이 끊기면 사람들과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실 돈이 없어서 친구를 만나지 못해 사회적 관계망에서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상황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커뮤니티 지원도 공제 서비스에 넣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기도 일자리재단은 현재 구상 중인 공제사업 외에도 취업지원 및 고용유지, 창업, 공간 지원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직업상담사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사업, 정년퇴직 예정인 도 공무원 대상 재취업지원 등을 하고 있다.
또한, 여성능력개발본부를 두고 경력단절 여성 등 미취업 여성에게 월 30만원씩 3개월간 최대 90만원의 취업지원금을 제공한다. 여성 IT 전문교육을 운영해 여성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숙련건설 기능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건설분야 교육훈련도 진행하고 있다.
김일태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전과 달리 좋은 일자리를 기업 혼자서 만들기는 어렵다”면서 “지자체와 지역 경제주체들이 참여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근로 조건을 강화해 핵심 인재의 역외 유출을 막는 ‘지역 맞춤형’ 일자리 프로그램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석구 위맥공제보험연구소 대표는 “지자체 일자리공제는 근로자 목돈 마련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가입자 기반의 지속적인 사업이라 지자체의 각종 일회성 지원사업이 일자리공제를 매개로 하여 지속성을 띌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지역 일자리재단이 활성화돼 일자리공제는 물론 유관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지역 공제 정착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