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 시대, 보험도 ‘구독’될까?
해외 보험사. 소비자가 보장선택하는 보험 출시 한화생명, 지난 4일 국내 업계 최초 구독보험 3종 선봬
[한국공제신문=홍정민 기자] 매달 일정한 금액을 내고 제품,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구독경제 시장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보험업계에도 구독경제 생태계에 뛰어들었다. 영국, 브라질 등 해외 보험사는 고객이 원하는 보장을 손쉽게 선택‧변경할 수 있는 보험상품을 개발했고, 국내 보험사도 구독보험 서비스를 처음 선보여 구독경제와 보험산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국·브라질, 보장 선택·취소 자유로운 보험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HSBC UK(영국 복합금융그룹)는 지난 2019년 11월 ‘시크릿 앤 커버’(Select and Cover) 보험상품을 출시했다. 여행자·휴대폰·생명보험 등 7가지 생활밀착형 보장 중 원하는 3~7개를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보장개시 후 30일 그리고 갱신 전 30일은 수수료 없이 보장 구성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고, 변경기간 사이에는 보장 1회 추가, 1회 취소가 가능하다.
영국 보험사 아비바(Aviva)는 2018년 12월 ‘아비바플러스(AvivaPlus)’ 보험상품을 통해 자동차보험과 주택보험의 보장을 원할 때 자유롭게 변경 및 취소할 수 있는 월 구독 기반의 보험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브라질 인슈어테크 기업인 카카우(Kakau)는 월 구독형 주택 및 아파트보험 상품을 내놨다. 소비자가 원하는 기간 동안 보험에 가입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수수료 없이 보장을 중지할 수 있다. 집 청소, 가전제품 수리, 애완동물 관리 등과 같은 보조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구독경제는 기존에 상품을 정기적으로 구매한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고객이 원할 때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개념이다. 맴버십 앱 혹은 웹 사이트를 통해 소비자가 구독 여부와 일정을 쉽게 정할 수 있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유튜브, 넷플릭스, 멜론 등 디지털 동영상·음악 구독 서비스 등이 구독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고객 확보와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다.
한화생명, 업계 최초 구독보험 출시
국내 보험시장에도 보험에 구독경제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화생명은 지난 4일 보험업계 최초로 일상 혜택형 구독보험 ‘LIFEPLUS 구독보험(무)’ 3종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사망이나 질병 시 보험금이 지급되는 보장형 상품이 아니라 일상에서 마트와 편의점 등을 이용할 때 할인 혜택을 주고, 보험료의 일정 부분을 적립해 만기에 돌려주는 저축형 보험형태다.
‘LIFEPLUS 이마트 할인 구독보험(무)’은 매월 보험료 3만원을 납입하면, 3만원 이상의 이마트 상품권 및 5000원 할인 쿠폰 패키지를 제공한다. 매달 보험료 중 1500원이 적립돼 1년 뒤 만기 시점에는 1만8000원의 현금과 이자를 돌려 받는다.
‘LIFEPLUS GS25 편맥 구독보험(무)’는 매월 9500원의 보험료를 내면 매달 4캔에 1만원 행사맥주를 9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만기 시점인 1년 뒤에는 매월 500원씩 적립된 6000원의 현금과 이자가 만기 보험금으로 지급된다.
‘LIFEPLUS 프레시지 밀키트 구독보험(무)’은 고객의 취향에 따라 2만4000원 및 4만8000원 패키지로 구성됐으며 프레시아 밀키트 세트를 최대 47%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한화생명의 구독보험은 생명‧질병보장 중심의 보험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보험상품이지만 미래 위험을 대비하고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일상생활에 혜택을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춰 MZ세대를 겨냥한 것이다.
이 보험은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포인트 플랫폼을 통한 보험금 지급 서비스에 기반해 개발됐다.
다만, 이 같은 포인트를 고객에게 돌려주는 방식의 구독보험 상품의 추가 출시는 당분간 힘들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포인트를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것은 헬스케어 관련으로 정해뒀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의 구독보험도 내년 11월 혁신금융지정서비스 기한이 끝나기 때문에 이후 상품판매는 어려운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구독보험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긍정적이고 규모가 커진다면 금융당국이 규제를 개선할 가능성도 있다”며 “구독보험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독서비스에 익숙한 MZ세대를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어 보험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