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이상한 나라의 보험

[2030보험라이프]

2020-12-24     이루나

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이루나] 카카오톡이 울린다. 대학교 동문이고 결혼 5년 넘은 유부남 3명이 모여 있는 채팅창이다. A가 둘째 가졌다는 소식을 담담히 전했다. 축하의 말보다 용감하다는 말이 앞섰다. 요즘 같은 시대에 둘째라니. 아이 없이 푸들 2마리를 키우는 B도 축하를 건넨다. 나를 포함해 채팅창의 평균 출산율이 1명으로 올라섰다. 2019년 기준 대한민국 합계출산율 0.92 명보다 높은 애국적인 모임이다. 둘째의 울음소리가 낯선 이상한 나라, 2020년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정부는 저출산 정책으로 2006년부터 15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 그래프는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출산율 저하가 당장 피부로 와 닿진 않는다. 갓 태어난 아이들은 아직 부모 품에 포근히 안겨 있으니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20년이 지나 2040년이 되었다고 상상해보자. 성인이 된 아이들이 대학, 군대, 취업, 결혼 등 사회로 발을 내디딜 때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는 미래 세대의 웃음을 저당 잡아 현재를 즐기는 것이 아닐까?

의료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은 늘어났지만, 아이는 줄어드니 사회가 점점 늙어만 간다. 은퇴한 고령 세대는 개인적으로 노후를 잘 준비했더라도, 공공복지와 인프라는 청·장년층의 경제활동에 기댈 수밖에 없다. 청년들이 열심히 일해도 세금과 보험으로 월급이 계속 줄어들면 어떤 느낌일까. 차라리 실업급여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청년 인구 자체가 줄어드니 취업률은 늘지 않겠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20년 후에도 지금처럼 대규모 채용이 가능한 산업과 일자리가 남아 있을까? 식당에 늘어나는 무인 계산기와 도로 위 자율주행 자동차를 보고 있노라면, 마냥 장밋빛 미래가 떠오르진 않는다.

보험과 공제 산업의 미래는 더욱 암울하다. 업계에서는 20년 전부터 고령화 문제를 겪은 일본 업계를 벤치마킹해 M&A(인수합병)와 해외시장 진출 등을 고민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대한민국처럼 급격하게 저출산으로 직행한 나라는 없다. 일본의 출산율은 1.3명대이고, 저출산 문제로 고민하던 유럽연합 국가들도 1.6명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가장 낮은 출산율로 곤두박질친 대한민국은 곧 세대 간, 산업 간의 엄청난 갈등이 벌어질 것이다. 갈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안고 가야 할 짐이다. 고갈속도가 빨라지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들여다보면 미래 세대의 피와 땀이 묻어난다. 안타깝다.

코로나19, 실업률 증가, 부동산값 폭등, 혼인 연령 상승, 불임 문제 등 저출산을 부추기는 요인들이 넘쳐난다. 출산율 그래프는 내년에 더 내려갈지도 모른다. 보험과 공제 산업의 미래를 논하기에 앞서 꼬인 실타래를 먼저 풀어야 한다. 개학 전날 잔뜩 밀린 방학 숙제를 보는 것처럼 숨이 막힌다. 밀린 숙제를 하기엔 너무 늦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아이가 사라져 가는 이상한 나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가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