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그룹 산하 상호보, 한달새 회원 250만명 탈퇴
낮은 보험료로 가입 후 분담금 1000배 인상, 보험금 지급거부 소식에 회원이탈 러시
[한국공제신문=김지효 중국통신원] 알리바바그룹 산하 보험사인 상호보의 회원 탈퇴 움직임이 심상찮다. 중국 매체 후이보천하(慧保天下)에 의하면, 상호보 회원수가 지난 11월부터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2020년 12월 분담금 회원수는 1억332만명으로 한달 전보다 약 228만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달 신규 회원수를 감안하면 실제 탈퇴 회원수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잘나가던 상호보에 무슨 일이 있던 걸까?
‘집단탈퇴’의 원인, 1000배 오른 월분담금 때문?
상호보는 상호보험(相互保險, mutual insurance)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이는 보험을 원하는 사람들이 기금을 갹출하여, 보험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암을 비롯한 100가지 중대한 질병·상해를 보장하며, 보험료는 가입자의 사고에 따라 후불제로 정산하는 것이 특징이다.
상호보는 알리바바의 자회사로 2018년 10월 설립됐으며, 상호보험 출시 1개월만에 2000만명 이상이 가입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현재 상호보 가입자는 1.07억명에 달한다.
상호보에 가입한 회원 상당수는 낮은 보험 분담금에 비해 높은 보장범위에 매력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초기 상호보 회원들은 매달 0.01위안(한화 180원)이란 분담금으로 보험 가입이 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매달 분담금이 약 10위안(한화 약 1800원)으로 약 1000배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상호보는 2020년 1월 새로운 규정을 발표하며 5가지 희귀병을 추가하는 동시에 발병율이 높은 경증 갑상선암과 경증 전립선암 2가지를 보상범위에서 제외시켰다. 앞서 2019년 5월에도 상호보는 조용히 기존 규정을 개정하여 2가지 중증질병을 경증 질병으로 변경했고, 보장보험료도 5만 위안(한화 약 900만원)으로 낮췄다.
이처럼 대폭 오른 분담금에 대해 인터넷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상호보 측은 보험 보장범위를 줄여 1인당 보험분담금을 늘리지 않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란 입장이다.
보험금 청구 거부 속출, 금융당국 보호 못받아
바이두, 즈후, 틱톡 등 중국의 유명 플랫폼에서 ‘상호보’를 검색하면, 상호보의 상호구조요청(보험청구) 거부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2020년 7월 선(沈)여사가 위통증, 구토 등으로 병원에서 검진한 결과 위암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상호보에 상호구조신청을 거부당한 사건이 크게 화제가 됐다.
상호보 고객센터는 선여사가 상호보에 가입하기 전에 뇌 외과 수술을 받았는데 이처럼 중증질환이력이 있는 가입자는 상호구조를 받을 수 없다며 보험금 지불을 거절했다. 하지만, 이 일이 발생하기 전에 상호보의 가입안내에는 ‘뇌두개골 타공 외과수술’를 받은 사용자가 상호보에 가입할 수 없다는 조항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상호구조요청이 거부되는 사례 외에도 모 플랫폼에서는 다수 소비자들이 상호보가 사전고지 없이 임의로 비용을 공제하거나 당사자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상호보에 가입되었다는 사례들이 공개되고 있다.
상호보는 보상금청구, 보험료 자동청구 등 문제로 컴플레인을 받고 있는 동시에 본질적인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이는 상호보가 상업보험이 아니라서 금융당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단느 것이다. 상업보험은 문제가 생기면 은행감독기관에 고소·고발할 수 있지만, 상호보는 이런 안전장치가 마련돼있지 않다.
지난 9월 은보감회는 “온라인상호구조가 여전히 관리감독이 부재한 상태이며 일부 보험료 선납입모델을 통해 상당한 자금을 형성한 기업들은 먹튀 위험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