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이루나]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고 말이 많다. 500명의 시민대표단이 모인 공론화위원회 토론에서는 재정 안정론보다 소득 보장론의 손을 들어주었다. 현재 9%인 보험료를 13%로 올리는 대신 소득 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는 안이었다. 이른바 더 내고 더 받는 안이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지만, 여야에서는 아직 줄다리기가 오가고 지지부진하다. 21대 국회에서 개혁은 포기하고, 22대에서 논의하자는 의견도 많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41년부터 국민연금은 적자가 시작되고 2055년이면 기금이 고갈된다. 지금의 개혁안은 기금 고갈 시기를 늦추면서, 노인 빈곤도 해결하자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하는 시도다. 하지만 기금 고갈 이후의 국민연금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담겨 있지 않다. 10대나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의 아이들은 연금 기금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노인들의 연금을 오롯이 부담해야 한다. 정부지원금으로 연금을 채우면 된다는 낙관론도 있지만, 국고도 결국 미래 세대가 내는 세금으로 채워진다.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출산율로 인한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은 늘어나고 있고, 반대로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미래 세대의 부담은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다. 연금을 받은 사람은 계속 늘고, 더 오래 살지만, 연금을 내는 사람은 급격히 줄어드는 구조다. 결국 미래 세대에게 현재 세대의 부양 의무를 고스란히 떠넘긴 셈이다. 출산율이 반등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매번 쏟아내지만, 청년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여전히 쉽지 않은 도전이다.
국민연금 개혁의 문제는 세대 간의 갈등을 넘어 국가 존립의 위기를 보여주는 신호등이다. 위험 신호는 수십 년간 깜빡였지만, 우리는 이를 애써 무시해 왔다. 1998년 1차 개혁, 2007년 2차 개혁 이후 우리 사회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정치인들은 표 떨어지는 연금 개혁 논의는 후순위로 미루었고, 기업들은 보험료가 오르면 기업 부담도 늘어나기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국민들도 굳이 지금 당장 내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보험료가 늘어나는 것이 탐탁지 않았다. 3~40년 뒤의 기금 고갈도 크게 와닿는 얘기도 아니다. 당장 내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지속가능하지 않은 현재의 국민연금 구조는 언젠가 개혁될 것이다. 결국은 시기의 문제다. 내가 고통을 짊어질 것인가, 아니면 조금이라도 뒤로 미뤄서 고통을 미래에 넘길 것인가. 우리가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 이유를 떠올려 보자. 지금 큰 비용과 시간을 들여 애써 검진을 받는 이유는, 심각한 질환이 되기 전에 조기에 예방하자는 목적이다. 지금의 개혁 논의도 건강검진과 같다. 질병을 초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지만, 말기에 이르면 손쓸 수가 없다. 망가진 장기를 새롭게 이식받는 것도 쉽지 않고, 결국 시한부 인생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국가가 부도가 나면 어마어마한 혼란과 어려움이 닥칠 것이다. 지금의 나는 아니지만, 미래세대엔 자명한 현실이다.
보험과 공제 모두 국민연금의 개혁 선상에 함께 있다. 보험과 공제를 통해 국민연금의 부족한 점을 메우고, 사회적 보장 시스템을 탄탄히 할 수 있지만, 국민연금 시스템이 붕괴하면 보험과 공제도 함께 위태로워진다. 국민연금이 제구실을 못 하면 사적 보장에 시중의 자금과 인적자원이 쏠릴 것이고, 빈부 격차와 사회적 갈등은 심화될 것이다. 노후 준비가 되지 않은 노인들로 인해 사회적 비용 부담이 커지고, 인구 측면에서는 노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기에, 미래 청년 세대의 불만이 정치나 제도 차원에서 반영되기 어려울 것이다. 사회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것이고, 경제적 성장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다. 국민연금의 불안은 공제, 보험을 넘어 국가 전체의 존립은 흔들어 놓을 것이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공제와 보험업계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서로 반대편에서 한정된 파이 싸움을 하는 게 아니라, 서로가 같이 흥해야 하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다.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아직 전문가도 부족하고, 사회적 합의도 답보상태다. 공제와 보험업계가 함께 나서서 기존 업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미래에 대한 건전한 혁신 방안을 함께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 세대의 치열한 고민과 양보가, 미래 세대에게는 분명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국민연금의 건강검진 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 지금처럼 살면 시한부 인생이 확실하다. 서둘러 체질과 습관을 바꾸고, 건강을 찾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피부는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몸을 지탱하는 근력과 골밀도는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공제와 보험업계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 지금, 이 순간이 미래세대를 위한 골든타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