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하얀마음백구]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최근 2년 연속 1조원을 넘었다. 2022년 기준 병원·보험업계 종사자 4428명이 보험사기로 적발됐다. 가장 많은 보험사기 유형은 진단서 위조와 입원수술비 과다 청구다. 그런데 이게 다 실손보험 덕분(?)이다. 교통사고 나이롱환자와 종신보험 사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보험사기에 실손보험이 관여하고 있다.
보험사기에서 실손보험은 단골 주제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병원은 비급여항목의 실손보험 처리를 권유하고, 환자는 내 돈 들이지 않고 고가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 못이긴척 설득당한다.
실손보험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병원에서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고객님 실손보험 있으세요?” 그리고 실손보험이 있다고 대답하면 금액이 큰 비급여위주의 치료를 권유한다. 단순 손목 염좌에도 초음파검사, 레이저치료, 도수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을 제시하고, 환자들은 보험료 처리가 된다니 알겠다고 받아들인다.
실손보험 과잉청구는 법적 처벌이 어렵지만, 준 사기에 가깝다. 그런데 이 사기 행각은 공범자가 너무 많아서 적발하기가 어렵다. 특히 의료인과 보험브로커 등이 개입한 조직형 범죄들은 그 수법이 매우 교묘하다.
사설 건강검진도 이와 비슷한 수법이 있다. 병원은 건강검진을 수단으로 환자를 모집해 검사비용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보험브로커가 중간에 껴서 건강검진권을 보험설계사에게 뿌리고, 설계사는 고객을 대상으로 “원래 대학병원 가면 OO만원인데, O만원에 받을 수 있다”며 무료로 제공하거나 싼 값에 제공한다.
그리고 환자가 건강보험에 관심을 보여 구체적인 검진 방안을 문의하면, 병원 상담원은 여러 추가 검진항목을 자연스럽게 권한다. “OO만원 추가하면 위·대장 수면내시경 등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면 고객은 대체로 수긍한다. 이렇게 되면 최초 ‘무료’에서 결국 ‘상당 비용’이 드는 건강검진으로 바뀐다.
그럼에도 이건 영업이지 사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실손보험은 여기서도 등장한다. ‘의사의 처방’이 있으면 내시경 비용은 실손청구가 가능하다. 의사는 건강검진 전에 고객이 찾아오면 눈빛만 교환해도(?) ‘질병 처방’을 해준다. 이밖에 안과 백내장 치료(급여)와 시력개선용 렌즈(비급여) 조합도 단골 사기 유형이다.
이런 실손보험사기의 또 다른 공범자는 고객이다. 사람들은 보험 가입할 때 낸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받고 싶은 심리가 있다. 그런 심리가 브로커들의 감언이설과 연결되면 ‘자기합리화’가 이뤄진다. 병원의 과잉진료 권유가 실손보험 때문이라는 것을 알지만, “더 꼼꼼히 치료해준다는데 괜찮겠지”라고 허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늘어난 손실은 결국 선량한 실손보험 가입자에게로 돌아온다. 보험사의 손해율을 반영해 실손보험료가 매년 올라가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살리기 방안에는 의대 증원과 함께 ‘혼합진료(급여+비급여)’를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의대증원 이슈에 가려졌지만, 정부가 혼합진료를 금지하는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실손보험 손해율을 높이는 과잉청구와 이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공범자들이 줄어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