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행정에 누더기 된 환경책임보험
상태바
탁상행정에 누더기 된 환경책임보험
  • 홍정민 기자 hongchungmin@kongje.or.kr
  • 승인 2022.02.07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경부, 손익분담방식 변경…보험사 영업이익 100억 이하 제한
환경리스크 특성상 5년차 이후 손해율 상승, 보험사 사업철수 우려
손익분담제 도입은 시기상조, 사업단 인력확충 등 시스템 먼저 정비해야

[한국공제보험신문=홍정민 기자] 환경책임보험이 탁상행정에 누더기로 변질됐다. 환경부가 손해율이 낮다는 이유로 보험 운영을 '손익분담 방식'으로 바꾸면서, 보험사들이 사업 참여를 꺼리는 것이다.

환경책임보험은 2016년 6월 30일부터 발생한 환경오염을 담보하기 때문에 손해율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특징이 있다. 지금은 사고가 터지지 않아 손해율이 낮지만, 오염물질이 꾸준히 쌓여 발현되는 2022년 이후에는 대형사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오는 6월부터 운영되는 환경책임보험 사업자 선정에도 보험사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익은 연간 100억원으로 제한되는데 비해 잠재적인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서는 표면적인 수치만 보고 업계와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개선안을 발표한 환경부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원래 방식대로 되돌리고, 보험 관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환경책임보험 개선안의 문제점과 우려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보험사 이익 제한 '논란'

환경책임보험은 2012년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가스 유출사고로 23명의 사상자와 212㏊의 농작물 피해 등이 생기자 정부가 2016년 환경피해 배상을 위해 마련한 의무보험이다. 사업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거나,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시설은 의무 가입해야 한다. 2020년 말 기준 1만4102개의 기업(가입률 97.5%)이 가입해 10만원~32억원의 보험료를 지불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에서 대형 환경사고가 발생하지 않아 손해율이 낮아졌다. 환경책임보험 도입 후 기업들이 4년간 납부한 보험료 등 수입은 총 3290억원인데, 이 중 보험사 영업이익은 944억원에 달한다.

민간보험사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를 문제삼자, 지난해 11월 환경부는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손익분담재보험’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환경책임보험 운영 보험사에 돌아가는 이익을 연간 100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재보험을 통해 연 300억원 이상을 공적자금으로 적립하는 방식이다. 보험 운영 과정에서 이익이 나면 국가재정으로 적립하고, 대형 환경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사와 정부가 수익배분률에 따라 공동으로 보험금을 부담한다.

높은 영업이익율? “대형사고 터지면 손해 불가피”

노웅래 의원에 따르면 환경책임보험 손해보험사의 영업이익은 연평균 약 250억원, 평균 영업이익률 30%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보험사업 1차 연도(2016.7~2017.6) 141억원(이익률 19%) ▲2차 연도(2017.7~2018.6) 213억원(이익률 27%) ▲3차 연도(2018.7~2019.6) 255억원(이익률 29%) ▲4차 연도(2019.7~2020.6) 335억원(이익률 38%) ▲5차 연도(2020.7~2021.6) 308억원(이익률 34%) 등이다.

1~3차년도까지는 DB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AIG손해보험 3개 보험사가 참여했고 4~5차년도에는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이 추가로 들어왔다. 각 보험사의 참여 지분에 따라 이익이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5개 보험사가 연평균 약 60억원의 이익을 내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높은 영업이익률로 인해 정부가 손익분담방식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손익분담 방식의 경우 정부의 공적자금이 약 300억원인데, 환경책임보험 도입의 계기가 됐던 경북 구미 불산 유출사고 당시 500여억원의 정부 공적자금이 투입된 바 있다.

환경책임보험 도입 후 아직까진 대형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향후 이러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손실이 불가피하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높은 이익이 문제라면 보험료 인하, 보장 증대 등의 방식으로 보험료를 낸 가입자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낮은 손해율은 허수, 5년차 이후는 '폭탄돌리기'

환경책임보험의 손해율은 7.3%로 가스사고배상보험(19.3%), 농작물재해보험(186.2%) 등 다른 정책보험보다 낮은 편이다. 이런 이유로 손익분담 국가재보험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는 표면적인 수치일 뿐 실상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다른 정책보험과 달리 점진적인 오염을 담보하기 때문에 향후 필연적으로 손해율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재보험업계 관계자는 “환경책임보험은 점진적인 오염을 담보하기 때문에 보험 가입 초반 5년까지는 손해율이 낮게 나올 수 있으나 독일, 미국 등 해외 환경책임보험 도입 사례에 따르면 10년 이후부터는 손해율이 급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점진적인 오염담보의 소급 기일은 2016년 6월 30일부터다. 사실상 5년차 이후는 '폭탄돌리기'라는 이야기다.

그는 “아직 환경책임보험이 정책보험으로 지정되고 나서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미세하게 오염물질이 계속 새고 있을 수 있다”며 “그런데 만약 새 사업자가 환경책임보험 사업단에 들어온 후 사고가 발생하면 2016년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누적 피해를 전부 보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만약 손익분담방식으로 변경된다고 하면 손해율이 급증해도 이익은 볼 수 없어 보험사들의 정책보험 참여율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농작물재해보험 벤치마킹, 과연 적절한가?

비슷한 방식의 정책보험으로 농작물재해보험이 있다. 이 보험 역시 2016년 기상호조로 손해율이 급격히 낮아지자 손익분담 방식의 국가재보험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그후 태풍 등 자연재해로 대규모 손실이 계속되자 농협손보를 제외한 모든 보험사가 정책보험에서 철수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정부는 손익분담방식에서 국가 보장 비율을 기존 50%에서 80%까지 늘렸다.

결국 민간 보험사들의 철수 사태는 막았지만 정부 예산이 더 많이 소진됐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책임보험은 환경오염사고 시 국가재정을 낭비하지 않고 보험으로 대비하자는 취지로 제정됐는데 국가가 다시 직접 참여해 운영하는 것은 본래 취지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환경책임보험의 경우 고액 사고들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외에서 이 경우 일정 수준의 보험금이 지급된다. 손익분담방식으로 바뀌면 이런 고액의 보험사고에 대해서는 정부가 세금을 통해 추가재원을 부담하는 리스크가 발생한다.

기술원·사업단, 손익분담 재보험 도입하기엔 인프라 부족

현재 환경책임보험 관련 기관으로 환경산업기술원과 환경책임보험사업단이 있다. 기술원은 환경책임보험료 일부분과 자산운용 수익, 환경부 지원금 등으로 구성된 환경오염피해 구제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초과손해율이 140%를 넘을 경우 보장해 주고 있다.

그동안 140% 넘는 초과손해율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상당한 기금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기술원은 이를 민간 재보험사에 재출재하고 있다. 손익분담방식의 국가재보험이 도입되면 지금보다 더 큰 위험을 담보하게 되는데 실질적으로 기술원이 기금 및 재보험 운영을 하지 않아 이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단은 환경책임보험에 참여하는 5개 보험사들의 공동참여와 환경부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업단은 구성됐으나 현재 인력이 부족해 서베이 등의 사업을 할 수 없는 상태다.

환경책임보험 상품을 개발할 때 해당 지역의 오염물질량은 어느 정도인지 직접 가서 서베이를 진행한다. 현재 사업단이 이 업무를 담당하는데, 인력이 부족해 외주업체에 업무를 맡겨 중개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향후 인력이 더 충원되면 서베이 업무를 직접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지금도 전문인력이 부족해 환경책임보험과 수많은 사업장들의 서베이 등의 관리가 쉽지 않은데 손익분담 국가재보험 시스템이 본격 시작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인프라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손익분담방식의 국가재보험을 도입하면 필연적으로 기술원과 사업단의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환경부는 환경책임보험을 손익분담방식 재보험으로 변경되면 보험사들이 크게 이익을 보지는 않지만 손해도 보지 않는 구조로 보험사들과 협의가 된 사안이라고 전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당시 노웅래 의원이 발표한 환경책임보험 개선안 중 손익분담 방식은 어느 정도 협의가 된 사항”이라며 “다만 요율개선에 있어서 요율인하 방안을 검토 중으로 계속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