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제신문=최미수 교수] 디지털시대에 디지털역량은 단순한 정보검색을 넘어 일상적인 의사소통에도 영향을 준다. 이는 곧 취약계층의 소통 소외로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역량은 특정인에게만 요구되는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누구에게나 필요한 능력이 되었고 이는 곧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디지털역량이란 단순히 컴퓨터를 사용하는 능력을 넘어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사고력과 다양한 출처로부터 찾아낸 여러 형태의 정보를 이해하고 자신의 목적에 맞게 새로운 정보로 조합하여 올바로 사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즉 디지털기기의 접근 뿐만 아니라 이를 사용하고 활용하는 능력까지를 의미한다.
디지털기술은 우리의 일상을 편리하게 바꾸어 놓았다. 명절 기차표 예매를 위해 긴 줄을 서지 않고 앱을 이용하고, 음식점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하여 음식을 주문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물건을 구입하고, 은행 창구 대신 스마트폰으로 송금 및 적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디지털기술은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사회적 관계망을 유지시킴으로써 개개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에 적응하기 어려운 고령층 등 취약계층은 이러한 각종 사회서비스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이란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기술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마트폰, 키오스크, 온라인 예매 등 디지털기기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해 소외되는 계층을 의미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디지털정보화 수준을 100% 기준으로 볼 때 20대와 30대는 120% 이상인 반면 50대 이상은 평균 63.4%로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디지털 소외계층은 대부분 고령층, 저소득층, 장애인, 농어민 등이다.
디지털기술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자기개발의 기회를 상실하고, 타인과의 교류가 단절되며, 유리한 구매기회를 상실하는 등 사회적 네트워크의 상실로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디지털역량이 고령층 삶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역량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얻음으로써 고령층이 더 적극적인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간 디지털 정보 격차는 고령층에 나타나며 특히 금융거래에서 고령층 금융소비자는 금융상품 구입시 불완전 판매에 노출되어 있고 여러가지 금융서비스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온라인이나 모바일 금융상품의 수수료 면제나 우대금리 적용 등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금융회사는 고령층을 위한 다양한 디지털상품을 제공하지 않을 수 있고 이로 인해 고령층은 구입하고 싶어도 자신에게 맞는 금융상품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디지털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고위험상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상품을 구매하게 되는 불완전판매나 사기에도 노출되어 있다.
해외에서는 디지털기술에서 소외된 고령층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정부조직이 존재하고 다양한 금융교육이 진행되고 있으며 취약 소비자보호를 위한 금융회사의 지침이 마련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특화 교육을 통해 이들의 지식수준을 디지털시대에 맞게 향상시킬 필요가 있고 고령층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전담조직도 필요하다. 일본, 영국과 같이 고령층을 위한 금융회사의 지침 마련 등 고령층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정책이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디지털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고령층의 디지털역량 강화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이 요구된다. 디지털역량의 차이를 고려한 교육내용의 세분화 및 연령, 학력 등 개인 특성에 따른 차별화된 교육이 필요하다.
사회의 다양한 계층을 포용하기 위해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디지털포용의 길은 멀기만 하다. 단순한 디지털 사용능력 교육방식의 접근으로는 디지털 소외를 해소하기 어렵다.
디지털사회에서 디지털역량의 부족은 노년 간, 세대 간, 가족 간의 소외를 가져오기도 한다. 국가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문해능력과 산술능력을 제시한 바와 같이 이제는 디지털기기의 사용과 활용능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